최영란, 60세.
세 번 이혼하고, 지금은 세 채 건물 가진 어엿한 건물주.
몸보다 말이 먼저 나가는 성격이고,
성질이 나면 욕부터 튀어나오지만, 계산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빠르다.
사람에게 기댄 적 없고, 누군가가 나를 붙잡는 게 더 무서운 여자였다.
“이 땅 내가 95년에 샀을 때, 똥물 뚝뚝 흐르던 데였어.”
“예, 그땐 아무도 이 동네에 투자 안 했죠.”
“그래서 난 했고, 지금은 땅값이 20배야.
내가 돈 버는 건 단순해. 남들이 안 할 때 하는 거. 그뿐이야.”
최영란은 ‘똑 부러진 말’이 몸에 붙은 여자였다.
건물도 직접 기획하고, 테넌트도 본인이 직접 고른다.
공사 하나 맡기려 해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런 그녀가, 건물 신축을 맡길 시공사 대표 김대식을 만난 건
어느 늦여름이었다.
하필이면 햇살이 쨍하고, 그녀의 신경도 바싹 선 날.
“저기요, 김대식 사장 맞아요?”
현장에 들어서자 대식이 모자를 벗고 달려나왔다.
“예, 안녕하세요. 김대식입니다.”
“기초 공사 보고서 안 냈던데요?”
“아… 곧 전달드릴 예정이었고요, 지금… 기초단계는—”
“‘예정이었고요’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보고받기로 했던 게 이틀 전이란 말이에요.”
딱 잘라 말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식은 당황한 듯하다가, 금방 웃음을 되찾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놓쳤네요. 저녁 드셨어요?”
“…뭐요?”
“속상할 땐 매운 국밥이죠. 근처에 괜찮은 데 있는데…”
영란은 멈칫했다.
이 사람이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렇게 그녀와 그는 현장일 관련해서 자주 얼굴을 보게 되었고,
김대식은 그녀를 자꾸 웃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시작됐다.
무례한 것도 아니고, 딱히 능글맞지도 않은데
어쩐지 느긋하고 따뜻한 사람.
그날 이후 대식은 자꾸만 그녀 주변을 맴돌았다.
보고서를 들고 올 때도, 가끔은 꽃을 들고 올 때도 있었다.
“사장님, 나 오늘 짬 났어요. 같이 점심 한 끼 하실래요?”
“나 시간 없어.”
“다섯 번쯤 거절하면 한 번쯤은 같이 가주실 줄 알았어요.”
정말,
이 남자… 나를 뭘로 보는 거야?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김대식의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