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버스턴>의 테마는 '절망'이다. 그리고 이 절망이라는 테마가 영화의 전부인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와 소재가 범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 나면 줄거리 적인 부분보다는 배우들의 표정, 단편적인 인상과 느낌이 더 많이 남는다. 영화의 어느 한 측면이 너무 강조되었다거나, 어느 한 측면이 부실한 게 이유일 것이다.
<갤버스턴>의 소재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도망자의 상황에 처한 시한부 남자와 어린 소녀의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다. 로드무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평이하면서도 극적인 상황들이 그들이 가는 도로와 모텔을 따라서 굽이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굽이는 치기는 치는데, 무언가 지루한 느낌도 있고 뻔한 느낌도 있다. 게다가 절박한 상황에 비해서는 사건의 디테일까지 아주 상세히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긴장은 화면 밖으로까지 뚫고 나오는데, 그 긴장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모호성의 약점을 그나마 살리는 것은 남자 주인공인 벤 포스터의 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소재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사실 영화는 분명히 긴장을 발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이입이 안 되는 이유로 엘르 패닝을 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엘르 패닝의 연기는 종종 상승과 하락의 극단만 보여주고 있어서, 관객이 함께 감정의 곡선을 좇아가기에는 바쁜 감이 있었다.
<갤버스턴>은 영화가 끝나갈 즈음 20년 후 까지 보여준다. 이렇게 20년 후를 보여준다는 것은 영화가 다루는 사건이 단순히 극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닮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주인공들이 과연 영화 바깥에 있는 시간에서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가 아주 궁금하지는 않았다. 20년 후 까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영화인 <갤버스턴>은 줄거리가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것이 그렇게 큰 주제로서 와 닿지 않았다. 상투성을 핑계로 대기에는 각 사건의 인과관계가 약해서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투성은 내내 평이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결국 <갤버스턴>에서 살아남는 것은 테마와 이미지였다.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면 더없이 짜릿한 영화가 될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