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정말 순진한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는, 그 말도 안 되는 상상력 때문에 처음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상상력이 지극하다고 하더라도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핍진성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히 현실과 거리를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이것이 완전히 상상 불가능의 영역인지, 아니면 그래도 상상할 수 있는 경계 안에 있는 영화인지에 대하여 쉴 새 없이 판단하면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아무리 장난스러운 영화라 할 지라도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에 ‘이입’되어 보기 위해서는 이런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게 말이 되는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옷장에 숨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국경을 넘는 일이 가능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초기 사건의 배경이 인도와 인도인이라는 사실을 보아하니 이 영화는 그저 유쾌한 상상력의 발로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어느새 나도 이 영화의 말도 안 되는 전개에 설득되었다. 보안 검색이 약간 부실하다 보면 옷장에 숨어서 국경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으로 일필휘지로 쓴 글을 백만장자에게 팔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돈을 난민촌에 가서 선량하게(!) 베풀 수도 있을 것이다(게다가 이 주인공은 왠지 인도 사람이기도 하니까 이런 범인을 넘는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런 기발한 상상력과 무언가 초월적인 전개보다도, 영화의 색감이었다. 요즘 영화들의 색감이 웬만해서는 다 우수하고 찬란하기는 하지만, 이케아 특유의 청량한 푸른빛을 잘 표현한 것뿐만 아니라 유럽-서아시아를 돌며 본의 아니게 여행을 하는 곳곳의 풍경이 참 아름답게 담겨있었다. 영화가 상상의 산물이고 유희의 일종이라고 했을 때 이 영화가 가진 색깜은 상상과 유희에 더욱 힘을 싣는 특징처럼 보였다. 영화 내용 자체는 조금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는 하지만, 색다른 색깔의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