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삼반 당근마켓
'다했니X다했어요'는 개별 학생 보상과 학급 전체 보상을 기록하고 관리하는데 편리함이 컸다.
기특하게도 작년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한 만큼 차곡차곡 쿠키함도 쌓여가서, 보상 달성률이 매우 높았다.
개인보상 중에서 마지막 뱃지인 여섯 번째 뱃지는 '과연 한 명이라도 획득할 수 있을까?'를 예상하며 설계했던 내 나름의 최종보스몹이었다. 그러나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들은 담임 선생님이 공들여 설계한 보스몹을 1, 2학기 모두 다 깨부수며 마지막 개인보상뿐만 아니라 마지막 학급보상까지 전부 획득했다. '내가 너무 쿠키를 남발했나?' 되짚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의 열정적인 참여 덕분이었다. 교사가 혼자 아무리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해도 학급 구성원이자 실제 참여자인 학생들이 이 여정을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엔딩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학급 보상의 경우 1학기에는 공기대회와 자유놀이시간 두 가지였고, 2학기에는 교실 자유놀이시간, 비밀친구 마니또, 당근마켓 세 가지였다. 특히, 2학기에 한 당근마켓은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모은 개인 쿠키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당근마켓 운영 과정은 실제 현장에서 수업한 자료와 사진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여기까지가 학생들에게 설명한 당근마켓 운영 개요다. 작은 회의를 열어서 추가로 논의가 필요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에게서 좋은 의견들이 참 많이 나왔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최종 규칙을 정리한 후에는, 팀원과 가게 이름을 정하는 시간을 주었다.
학부모님께도 우리 반 당근마켓 행사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아이들 모두가 한 학기 동안 애써서 마지막 학급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많이 격려해 주시고, 축하해 주세요. 더 나아가 이 행사가 환경문제와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판매를 위해 챙겨 온 물건들을 살펴보면서, 가정에서 함께 고심해서 물건을 정리하고 고르며 도움을 주셨을 학부모님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따스했다. 한 해 살이의 모든 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이런 학급 행사를 진행할 때, 가정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만큼 교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또 없다.
드디어 마켓 오픈! 오삼이반 당근마켓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당근?, 당근!'이 아니라 '쿠키?, 쿠키!' 소리가 가득했던 우리 반의 겨울방학 전 풍경이다. 내년에는 ‘쿠키마켓’이라고 네이밍을 해볼까나. ‘다 샀니? 다 샀어요!’ 장터도 좋을 것 같고. 그 고생을 했으면서 올해 또 할 생각이 들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방학을 목전에 둔 학기말에 고학년 아이들이 이렇게나 생기 있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 흥정하느라 목청껏 소리 내는 아이에게서 수업 시간에 보지 못했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것. 한 학기 동안 모은 쿠키화폐로 가족에게 줄 선물을 사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는 것. 참 좋았다. 나도 아이들 가게를 돌며 한바탕 쇼핑을 즐겼는데, 구매한 물건들이 꽤나 마음에 든다.
당근마켓 행사에 사용했던 쿠키화폐의 도안을 첨부파일로 공유한다.
이 쿠키 화폐를 만들기 위해 작두질을 무한 반복하면서, '다했어요' 어플 자체에 일종의 전자결제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아이들이 각자 스마트폰이나 학교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면서 '다했어요' 어플 자체에서 쿠키 결제를 하는 것이다! 나는 작두질을 안 해도 되고! 아이들이 결제를 요청하고 승인할 때는 페이스아이디로 생체인식도 되고! 다 안 쓰고 남은 쿠키는 해피빈처럼 자동 기부도 되고!
이 유용한 서비스를 무료로 이렇게나 잘 사용하면서,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좋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즐겁게 한 해를 보냈고, 그 경험이 쌓여서 연재글도 쓸 수 있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다했니? 다했어요!를 기획하고 개발하여 심지어 무료로 제공해 주신 개발자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선생님의 도전 덕분에 나 또한 학급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학급살이를 하며 한 해를 지나 보냈다.
내 경험을 담은 기록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을 읽어주신 독자께도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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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했니활용계획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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