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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욱 Nov 17. 2017

독일특허소송 개요

[개요]

만하임, 뒤셀도르프, 뮌헨 지도

 유럽에서 가장 많은 특허소송이 일어나고 있고, 국제적인 소송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 독일의 특허소송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일단 독일은 특허침해소송과 무효소송이 이원화 되어 있습니다. 미국과는 다르고, 한국과는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은 특허청의 PTAB에서 IPR, PGR, CBM 등의 절차를 통해 특허를 무효시킬 수 있고, 소송 중에 법원이 특허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나, 독일은 침해소송 중에 특허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특허무효소송]


특허의 무효는 특허법원(뮌헨 소재)에서 판단합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특허법원을 만든 나라입니다. 특허법원에서 패소한 당사자는 연방대법원에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침해소송은 3심(지방법원-고등법원-연방대법원)이라 연방대법원이 사실문제를 판단하지 않고 법률심으로 진행합니다만, 독일의 특허 무효소송은 특허법원-대법원의 2심이어서, 대법원이 사실문제도 판단한다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하고도 다른 점이지요.

 한국에는 특허 취소신청이 생겼지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EPO와 마찬가지로 특허등록 공고 후에 9개월 내에 누구든지 이의신청(opposition)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등록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은 독일 특허청의 Opposition Division에서 판단하고요, 이 기간이 끝나면 연방특허법원(Federal Patent Court, BPatG)에 무효소송을 내야 합니다. 

독일 및 유럽 특허소송 시스템
1961년 설립된 뮌헨의 특허법원


이러한 무효소송은 두명의 법률 판사와 세명의 기술판사가 담당하게 되고, 기간은 대략 25개월 정도 걸린답니다. 또한 매년 약 250여 건 정도의 무효소송이 당사자간 합의로 끝나고 있고, 약 40% 정도가 무효 또는 권리범위 축소로 귀결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특허청의 이의신청에 대한 불복은 연방특허법원에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의신청 과정 중에 특허권자는 권리범위를 축소하는 보정이 가능합니다. 


 [침해소송] 


 침해소송의 경우, 지방법원(LG)에서 다루고,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려면 고등법원(OLG)에서 이루어집니다. 특허침해소송은 12개의 지방법원이 다룰 수 있지만, 현재 뒤셀도로프, 만하임 또는 뮌헨 법원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독일 소송도 만하임 지방법원에서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침해소송의 관할은 피고의 주소지 또는 침해행위가 이루어진 곳의 관할 법원이 되고,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서도 가능합니다.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의 심리는 보통 기술적 배경이 없는 순수한 판사들이 하고 있습니다. 1심의 경우에는 8~15개월 정도 걸리고, 2심의 경우에는 보통 15~24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만하임 지방법원이 가장 신속한 판결을 내고 있다는데, 보통 9개월 정도 걸리고, 뒤셀도로프나 뮌헨 지방법원은 약 15개월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독일의 특허침해소송은 매년 뒤셀도르프에서 약 600여 건이 발생하고, 전체적으로 1200여 건 정도가 발생한답니다. 또한 침해소송에서 침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침해자에게 각종 자료나 정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일법원은 외국의 판결을 참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 연방대법원의 Pallet container 판결은 영국의 같은 내용의 판결을 참조하였답니다. 


 [경고장 발송]


 경고장(cease and desist letter)은 특허권자가 침해의심자에게 발송하는 것이죠. 이는 침해 의심자에게 특허의 존재 및 침해행위의 중지를 요구하는 서면입니다. 독일에서는 경고장 발송 없이 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송비용 전체를 부담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만일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직후 피고가 침해중지선언(cease and desist declaration)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소송의 비용을 소송을 제기한 특허권자가 부담하도록 합니다.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


 특허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바로 침해금지가 되지 않으면 특허권자의 손해를 보전하기 어렵다거나 침해금지의 시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신속하게 가처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요건을 엄격하게 보아 잘 내려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독일을 상대적으로 가처분 명령이 잘 내려집니다. 통계에 의하면 신청된 가처분 중 75~77%가 인정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처분은 수 일 내에 내려질 수 있으며, 때로는 당일에 내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침해의심자의 진술이나 답변을 듣지 않고 내릴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시회 등의 경우에는 가처분에 의해 바로 집행관과 함께 침해품의 압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가처분을 피할 수 있는 길을 또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것이 방어서면(protective letter)입니다. 이러한 방어서면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자의 입장에서는 특허권자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법원에 만일 가처분 신청이 있어도 바로 가처분 명령을 내리지 말아 달라는 취지입니다. 신청자에게 방어를 위한 답변과 다툼을 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죠. 따라서 신청시에 비침해 또는 특허성의 결여 등의 모든 방어논리를 포함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법원은 양 당사자의 주장을 다 들어야 하고, 특허권자의 가처분 신청에만 의존하여 가처분 명령을 내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여러 법원에 방어서면을 신청하여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2017년 1월 1일부터는 전자적으로 방어서면을 중앙 방어서면 등록처(the central protective letter register)에 신청할 수 있고, 이 신청이 되면 모든 지방법원에 6개월간 효력이 있는 것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습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편하게 되었네요. 비용도 시간도 절감되니. 


 [침해소송 중지(stay of infringement proceedings)]


 앞서 본 바와 같이 특허침해소송과 무효소송이 별도의 법원에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침해소송이 진행중에 무효소송이 제기되면 무효여부를 판결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침해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거나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침해소송에서 침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되어 버리면 권리도 없는데 침해가 인정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법률로 정한 의무는 아니지만 법원이 대체로 무효심판이 제기되면 침해소송의 진행을 중지하고 무효 여부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의 경우, 이러한 침해소송의 중지는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의무가 아니고 법원의 재량사항인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우 중지신청을 하면 이미 법원이 판결을 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사안이 간단하여 법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받아들여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독일 법원의 경우에는 침해소송의 법원이 판단하기에 무효소송의 결과가 무효로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중지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 만하임 법원은 2013년 삼성이 침해를 주장했던 표준필수특허가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며 침해소송을 중지했던 적이 있고, 애플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에도 6건의 특허 중 4건이 무효가능성이 있어 중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무효가능성이 높다고 법원이 보아야 하므로 중지가 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침해판결에 대한 집행]


 특허침해로 판결을 받은 경우 항소를 하지 않고 확정되면, 이 판결을 집행할 수 있죠. 판결의 집행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거나 침해를 중지시키거나 하는 것입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으면 강제집행은 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데요. 독일의 경우 항소가 가능한 기간이라면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도 조건부 집행(provisional enforcement)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행을 위해서는 소송 가액의 120% 정도가 되는 공탁을 해야 합니다. 다만 만일 판결이 뒤집히면 집행에 따른 손해를 모두 배상하여야 하므로, 특허권자의 입장에서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부 집행은 패소자가 조건부 집행에 따라 회복할 수 없는 손해(irreparable losses)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신청에 의해 불허될 수도 있습니다. 


 [비용 위험]


패소자는 승소자의 일정 소송비용을 부담합니다. 이러한 소송비용 부담은 독일법에 의해 가이드라인(BRAO라 함)이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소송비용 전부를 배상받지는 못 합니다. 여기까지 우리나라와 유사합니다. 미국은 각자의 소송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인 사건(exceptional case)의 경우에만 소송비용을 패소자에게 전가시키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독일의 경우에는 패소자가 부담하는 소송비용은 보통 5만~50만 유로로 우리나라와는 규모면에서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 보다는 좀 쎄죠. 무효소송 보다 침해소송의 변호사 비용이 보통 2배 정도 높은 것이 현실이니, 우리나라도 비슷하죠.

 

독일 소송비용산정을 위한 BRAO 첫 페이지



WIPO의 2015년 발표자료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소송가액이 100만 유로인 경우 2명의 변호사를 사용하면 8만 유로 정도, 500만 유로의 소송가액이면 약 27만 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같은 자료에 의하면, 무효소송의 경우 평균적으로 소송가액이 100만 유로인 경우 2명의 변호사를 사용하면 8만 5천유로 정도, 500만 유로의 소송가액이면 약 30만 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무효소송이 조금 더 비싸네요. 

반면 이의신청(opposition)의 경우에는 패소자 부담이 없고 각자 부담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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