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I 문익점

AI는 우리가 아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없앤다

by 캡선생

Alex Kantrowitz “Is AI Killing Software? — With Bret Taylor, OpenAI’s board chair and CEO of Sierra”

위 콘텐츠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콘텐츠


생성형 AI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코딩이 쉬워졌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알렉스 칸트로비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브렛 테일러는, AI가 소프트웨어의 형태와 비즈니스 모델, 더 나아가 인터넷의 사용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짚는다. 그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변화는 기능 개선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의 재정의에 가깝다는 것이다.


바이브 코딩을 넘어, 에이전트의 시대

최근 화제가 되는 ‘바이브 코딩’은 비전문가도 AI를 활용해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브렛 테일러는 이 논의가 지나치게 기존 소프트웨어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여전히 CRM 같은 폼과 필드 중심의 화면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바라보는 미래의 소프트웨어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간이 직접 화면을 클릭하고 대시보드를 해석하는 대신,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구조다. 대시보드는 점차 사라지고, CEO나 영업 담당자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행동 지침이 AI를 통해 직접 전달된다. 데이터에서 통찰을 뽑아내는 능력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을 앞지를 수 있다는 전제다.


구독에서 성과로,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테일러는 AI 전환의 진짜 난관이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고 본다. 기존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구독 형태로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구독료를 받는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시대에는, 과금 기준 역시 ‘좌석 수’가 아니라 ‘해결된 결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그가 이끄는 시에라는 이 변화를 가장 앞서 실험하고 있는 사례다. 시에라는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가 실제로 해결한 케이스 수를 기준으로 비용을 청구한다. 이는 세일즈포스나 어도비처럼 이미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기술 도입보다 더 어려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모델은 곧 기존의 수익 구조를 스스로 파괴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검색의 시대에서 위임의 시대로

브렛 테일러는 인터넷의 ‘프론트 도어’ 역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포털에서 검색으로 이동했듯, 이제는 개인용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관문이 된다. 사용자는 더 이상 검색 결과의 링크를 하나씩 클릭하지 않는다. 대신 “호텔을 예약해 달라”거나 “가장 조건이 좋은 상품을 구매해 달라”고 에이전트에게 위임한다.


이 변화는 SEO와 광고, 트래픽 기반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소비자가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누구를 상대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테일러는 앞으로 기업들이 인간뿐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설득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기업용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 신뢰

시에라는 단순한 챗봇 기업이 아니다. 위성 신호를 재설정하거나 대출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등,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테일러는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을 핵심 기술로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수천 개의 가상 대화를 통해 에이전트를 사전에 테스트하고, AI가 또 다른 AI를 감시하도록 설계해 환각이나 반복 오류를 줄인다. 그는 인간 상담원 역시 실수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충분히 훈련된 AI 에이전트가 기존 인간 중심 시스템보다 오히려 더 신뢰할 수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픈AI, 그리고 AI 산업에 대한 시각

오픈AI 이사회 의장으로서 테일러는 오픈AI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챗GPT 구독과 API,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는 막대한 모델 훈련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광고 역시 무료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보완적 수단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모델 발전이 정체되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일상적인 작업에서는 체감이 어려울 수 있지만, 코딩이나 복잡한 추론 영역에서는 모델 간 성능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AI가 검색이나 외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편법이 아니라, 장기적인 작업 수행과 AGI로 가기 위한 필수 구조라고 설명한다.


실리콘밸리 리더들에게서 배운 것
인터뷰 후반부에서 테일러는 함께 일했던 리더들에게서 배운 교훈을 공유한다. 마크 베니오프에게서는 제품을 넘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힘을, 마크 저커버그에게서는 긴 호흡의 전략적 사고를 배웠다고 말한다. 샘 올트먼은 가장 야심 찬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그 비전에 정렬시키는 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한다.


그 외에도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리사 메이어, 쓴소리를 성장의 선물로 여겼던 셰릴 샌드버그, 장기적 인프라에 집착한 래리 페이지,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산업을 개척한 일론 머스크까지, 그의 경험은 AI 산업을 이끄는 리더십의 공통된 특징을 드러낸다.


AI에 대한 낙관론

브렛 테일러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하기보다, 반복적인 업무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AI 혁명의 극히 초기 단계이며, 향후 몇 년 안에 챗봇을 넘어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성과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인터뷰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더 잘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정의, 기업의 수익 구조, 인터넷의 사용 방식, 그리고 인간의 역할까지 다시 묻는 단계에 들어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을 따라잡는 속도가 아니라, 이 변화를 어떤 관점으로 받아들이느냐는 태도다.


회사 밖의 삶이 걱정이라면, 퇴사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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