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독서모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꼽자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크게 분류하면 세 가지다. 모임장, 모임의 컨셉, 모임의 책이다.
먼저, 모임장은 다른 요소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강력한 요소다. 이를테면 한강 작가가 독서모임을 연다고 치자. 그리고 그녀가 대부분의 사람이 읽을 엄두도 못 내는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고르고, 모임 전까지 다 읽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는 과제를 내주더라도 아마 최소 수백 명은 신청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트레바리도 비슷하다. 독서모임장의 네임밸류와 모임의 매진 확률은 대체로 정비례한다. 다만 이 관계는 회차가 쌓일수록 조금씩 깨진다. 매력적인 모임장은 신규 등록을 이끌 수는 있지만, 재등록은 결국 그 모임에 대한 만족도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모임의 컨셉이다. 트레바리에서 최소 인원이 모집되지 않은 모임장 두 분에게 컨설팅을 해드린 적이 있다. 내가 한 것은 컨셉 변경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두 모임 모두 매진됐다. 컨셉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누구를 위한 모임인가?’를 아주 뾰족하게 만드는 일이다. 모임 설명만 읽어도 “이건 나를 위한 모임이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컨셉만 잘 잡아도 최소 인원을 채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누구를 위한 모임인지, 더 구체적으로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인지가 잘 드러나는 독서모임은 웬만하면 매진된다.
마지막은 모임의 책이다. 앞선 두 요소보다 영향력은 적지만, 그래도 분명 중요한 요소다. 독서모임은 결국 책으로 연결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장으로 10년을 지내면서 느낀 점은, 책은 최종 결제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세하지만 확실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모임을 결제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결제를 멈추게 만들고, 반대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은 결제를 조금 더 쉽게 만든다.
나의 경우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책을 매진의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결제를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허들이 될 만한 책을 고르곤 했다. 다른 모임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는 책, 내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쉽게 읽지 않았을 책을 주로 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고른 조수용의 《비범한 평범》은 다르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신청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책이다. 주말에 진행하는 《나, 브랜드》 모임은 거의 매 시즌 매진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평일 모임의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일단 이 책은 읽기 쉽다. 다양한 브랜드 이야기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연달아 보는 느낌도 있다. 다시 말해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조수용이라는 이름의 힘도 있다. 브랜딩에 관심 있는 사람치고 조수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기업 임원이기도 했지만, 《매거진 B》라는 상징적인 브랜드 관련 매거진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회사 명함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법, 줄여서 퍼스널 브랜딩 독서모임에서 다루었을 때 신청률을 높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글은 책 내용에 대한 독후감이라기보다, 이 책을 왜 골랐는지에 대한 독선감(讀選感)에 가깝다. 책 선정이 의아했던 멤버분들이 계셨다면, 그 의아함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