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한 브랜드 담당자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을 잘 알릴 수 있을까요?"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일단 새로 나온 릴스(Reels)를 공략해 보세요."
릴스는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 기능이다. 틱톡, 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라고 보면 된다. 경쟁사들이 숏폼 콘텐츠로 급성장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이 부랴부랴 내놓은 기능이 릴스다(우리나라 기준 2021년 2월 출시).
인스타그램 릴스(Reels). 사진 출처: about.instagram.com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넛지(nudge: 타인의 특정 행동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행위)를 했다. 어떻게? 릴스로 콘텐츠를 올리면 '사진'을 올릴 때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켜 주는 것이다. 그래서 2021년에 많은 클라이언트에게 릴스를 공략하라는 조언을 했다.
이는 비단 인스타그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플랫폼은 새로운 혹은 주력기능을 활용하는 유저들에게는 혜택을 준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유저에게, 유튜브는 쇼츠 영상을 올리는 유저에게 콘텐츠 노출도를 높여주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어떨까? 브런치의 릴스는 무엇일까? 브런치가 주력으로 미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새로 개편된 사이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1. '글' 보다는 '브런치북'
* 브런치 화면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모바일' 기준
브런치 홈 화면.
'홈'화면 상단에는 '글'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작가가 사랑한 문장', '오늘의 작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은 모두 '브런치북' 콘텐츠다. 이를 통해 브런치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든 작가 여러분들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브런치북을 쓰세요!"라고.
단편 글보다는 여러 글을 묶어놓은 브런치북이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더 도움이 된다. 브런치는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 들어서 세 개의 브런치북을 출간했는데, 그 덕분인지 브런치에서 '오늘의 작가'로 선정하여 자주 노출시켜주고 있다. 브런치의 공식적인 의견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마케터의 촉에 따르면 브런치북을 출간하는 작가들을 어떻게든 메인에 더 노출시켜주려고 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작가들의 브런치북 출간을 넛지하기 위해서. 굳이 증거라면 위에서 말한 '오늘의 작가'에 자주 노출되는 나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2. '종합분식'보다는 '전문점'
브런치 검색 화면
'발견' 탭을 보면 다양한 카테고리와 함께 '맞춤형 추천 글'이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플랫폼이 '검색 기반'에서 '추천 기반'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트렌드에 브런치도 발맞추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유튜브는 이미 '검색 기능'이 있으나 마나한 지경까지 갔다. 20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영화 유튜버'지무비'의 채널을 보더라도 단편적으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내 채널의 경우 영상에 유입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탐색 기능 67.5%, 추천 동영상 19.2%, 도합 86.7%. 그 외 유튜브 검색, 즉 키워드 검색으로 영상을 보는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 지무비(나현갑)의 <지무비의 유튜브 엑시트>(21세기북스, 20230201) 중 -
브런치 '취향 저격 작가 찾기' 화면
이뿐만이 아니다. 맞춤형 추천 글뿐만 아니라 맞춤형 작가까지 브런치는 제공하고 있다. '발견' 탭 최하단을 보면 '취항 저격 작가 찾기'라는 배너가 보인다. 이 배너를 클릭하면 '관심사 선택' 화면이 뜨고, 특정 관심사를 선택하면 그와 관련한 '브런치 추천 작가'가 뜬다. 이 기능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활성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브런치의 의지치에 따라 작가들의 구독자수도 이 기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추천 기반'에서 브런치는 어떠한 작가를 원할까? '종합 분식'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해 쓰는 작가보다 '전문점'처럼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는 작가를 원할 것이다. 쉽게 말해 분류하기 쉬운 작가를 원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구독기반 서비스에서 이는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일이다.한번 생각해 보자. 먹방 유튜버를 구독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구독을 유지하겠는가? 아마도 대부분 구독취소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원하는 바이자 플랫폼 유저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나는 이 원칙을 따르고는 있지 않다. 물론 구독자가 늘면 좋겠지만 나의 최우선 순위는 '꾸준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김밥천국처럼 철학/마케팅/명리학/소셜모임/글쓰기 등등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캡선생의 브런치를 구독취소하지 않고 꾸준하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감사드리고 있다. 진심이다.)
암튼 이렇게 하나의 분야에서 엣지가 분명한 전문점 같은 작가를 브런치는 앞으로도 어떻게든 밀어줄 것이다. 그것이 브런치가 추구하는 '추천 기반' 플랫폼을 위해 필수적일 테니 말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브런치는 '추천 기반 시스템'과 '브런치북 활성화'를 통해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Attention)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하나의 분야에서 전문적이면서' '브런치북'을 활발히 출간하는 작가를 밀어주게 된다.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다분히 뇌피셜적인 결론이지만, 큰 틀에서는 틀린 결론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의 생리는 꽤나 단순하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Attention)을 얻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주력 기능을 만들고 어떻게든 사용자가 그것을 사용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사용자를 우대함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가 그것을 사용하게 만든다. 이것이 플랫폼의 생리다. 브런치도 이런 점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