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진짜 돈줄은 당신이 매달 내는 구독료
2025년, 애플(Apple)의 서비스 사업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넘어섰다. 비저블 알파(Visible Alpha)의 추정에 따르면 정확히는 1,086억 달러(약 152조 원)다. 전년 대비 13% 성장한 수치다.
이게 얼마나 큰 돈인가. 애플의 서비스 부문 하나만으로 디즈니(Disney)나 테슬라(Tesla)의 연간 전체 매출보다 크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2028년에는 1,450억 달러(약 203조 원), 2030년까지는 1,750억 달러(약 245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540억 달러(약 76조 원) 수준이었다. 5년 만에 2배가 됐다. 같은 기간 아이폰 매출은 연 4% 정도 성장했다. 뭐가 애플을 먹여 살리는지 이제 명확하다.
앱스토어(App Store), 아이클라우드(iCloud), 애플뮤직(Apple Music), 애플TV+(Apple TV+), 애플아케이드(Apple Arcade), 애플케어(AppleCare), 애플페이(Apple Pay). 그리고 구글(Google)이 아이폰의 기본 검색엔진이 되기 위해 매년 지불하는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의 계약금. 이 모든 게 서비스 매출이다.
JP모건(JP Morgan)에 따르면 서비스는 애플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익에서는 50%를 차지한다. 서비스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70%가 넘는다. 아이폰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구독료를 받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다.
애플의 무기는 명확하다. 전 세계에 23억 개 이상의 활성 디바이스가 있고, 10억 개 이상의 유료 구독이 돌아가고 있다. 한번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면 나가기 어렵다. 아이폰을 사면 애플워치를 사게 되고, 아이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하고, 애플뮤직을 구독하고, 앱스토어에서 앱을 사게 된다.
이른바 '정원의 벽(walled garden)' 전략이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판매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본다. 아이폰은 입구일 뿐이다. 진짜 수익은 그 뒤에 매달 나오는 구독료에서 나온다.
서비스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앱스토어다. 애플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앱스토어만으로 약 400억 달러(약 56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이는 서비스 전체 매출의 약 37%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30% 수수료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반독점 소송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은 애플에 대체 결제 시스템 허용을 요구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앱스토어 수수료 때문에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집단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에서도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만약 규제 압력으로 앱스토어 수수료 모델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애플의 가장 큰 수익원이 흔들린다. 하지만 애플은 이미 대비하고 있다. 광고 사업 확대, AI 기반 서비스, 스포츠 중계권(F1 미국 중계권에 7억 달러, 약 9,800억 원 투자) 등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했다. 혁신적인 기능이 나오기 어렵고, 교체 주기는 길어졌다. 애플도 이를 안다. 그래서 하드웨어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아이폰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에 가깝다.
2025 회계연도 애플의 전체 매출은 4,160억 달러(약 582조 원)다. 이 중 아이폰이 약 50%를 차지하지만, 서비스는 25%를 차지하면서 이익의 절반을 만들어낸다. 효율성 측면에서 서비스가 압도적이다.
아이폰이 애플의 과거를 정의했다면, 서비스가 미래를 정의할 것이다. 애플은 더 이상 기기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구독료로 먹고사는 회사다.
애플이 당신에게 판 건 아이폰이 아니라 평생 구독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