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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side America

미국 젊은이들에겐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

결혼율 1949년 79%에서 2024년 47%로 하락


출처: Chartr


결혼, 선택지 중 하나로 전락

미국에서 결혼은 더 이상 성인이 되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아니다. 한때 삶의 기본값이었던 것이 이제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1949년 미국 가구 중 결혼한 부부가 사는 비율은 약 79%였다. 2024년 현재 그 비율은 47%까지 떨어졌다. 75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2022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46.8%를 기록했다.


더 충격적인 건 젊은 세대의 태도 변화다. 1993년 12학년 학생들 중 80%가 "나중에 결혼할 것 같다"고 답했다. 2023년에는 67%로 떨어졌다. 30년 만에 13%포인트 하락이다.


"결혼 안 할 것 같다"는 응답은 1993년 5%에서 2023년 9%로 거의 두 배가 됐다. "모르겠다"는 답변도 16%에서 24%로 늘었다.


여학생들이 등 돌리는 결혼

흥미로운 건 성별 격차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설문 분석에 따르면, 남학생의 결혼 의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학생이다.


1993년 12학년 여학생 중 83%가 결혼할 것 같다고 답했다. 2023년에는 61%로 급락했다. 30년 만에 22%포인트 하락이다. 남학생은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여학생만 급격히 결혼에서 멀어졌다.


왜일까? 개인적 이유, 정치적 이유, 경제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출산율 감소와 비슷한 맥락이다. 여성들의 임금 격차는 지난 20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결혼 비용은 치솟았으며, 사회적 기대는 여전히 여성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이혼은 줄었는데 결혼도 줄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은 줄고 있다. 기혼 여성 1,000명당 이혼 건수는 1980년 22.6건에서 2023년 14.4건으로 급감했다. 결혼 생활이 예전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한다. 이혼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혼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바뀌었다.


경제적 압박과 문화적 전환

결혼율 하락은 작은 변화가 아니다. 경제적 압박, 치솟는 생활비, 그리고 안정과 성취를 정의하는 방식의 광범위한 문화적 전환을 반영한다.


미국의 평균 결혼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젊은이들은 학자금 대출에 짓눌려 있고, 주택 가격은 손이 닿지 않는 수준이며, 경력을 쌓는 데만도 버거운 시대다. 결혼은 더 이상 경제적 안정의 수단이 아니라 사치품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사회적 낙인도 사라졌다. 1949년에는 결혼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동거, 독신, 비혼 출산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추세가 계속되면 가족 구조, 주택 시장, 사회 안전망에 근본적 변화가 온다. 미국의 사회 제도 대부분은 '결혼한 부부'를 기본 단위로 설계됐다. 세금, 건강보험, 사회보장제도, 주택 정책 모두 그렇다.


하지만 2024년 기준 가구의 절반 이상이 결혼한 부부가 아니다. 제도는 여전히 1949년을 가정하는데, 현실은 2024년이다. 격차가 벌어질수록 제도의 부적합성은 커진다.


Z세대는 이 추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는 명확하다. 결혼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다.


한줄평

미국 젊은이들이 발견한 진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고, 선택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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