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금을 쌓는 진짜 이유
2024년 기준 중앙은행 금 보유량 1위는 미국이다. 8,134톤. 압도적이다. 2위 독일(Germany) 3,352톤, 3위 이탈리아(Italy) 2,452톤, 4위 러시아(Russia) 2,333톤, 5위 중국(China) 2,280톤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보유량이 아니라 변화량이다. 누가 금을 쌓고 있는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금 보유량을 가장 많이 늘린 나라는 중국이다. 331.3톤. 인도(India) 241.2톤, 폴란드(Poland) 219.6톤, 터키(Turkey) 216.4톤, 싱가포르(Singapore) 92.6톤이 상위권이다.
일본(Japan) 80.8톤, 태국(Thailand) 80.6톤, 헝가리(Hungary) 78.5톤, 카타르(Qatar) 68.6톤, 이라크(Iraq) 66.4톤도 적극적으로 금을 매입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 터키, 이라크.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나라들이다.
왜 금인가? 금은 달러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de-dollarization)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금융 제재를 무기로 쓰는 시대에, 금은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자산이다. 러시아가 2,333톤을 보유한 이유도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으면서 달러 자산이 동결됐지만, 금은 여전히 러시아 것이다.
터키와 이라크도 비슷하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금을 선호한다. 달러는 미국 정부의 호의에 달려 있지만, 금은 물리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폴란드 219.6톤, 싱가포르 92.6톤, 헝가리 78.5톤이다. 이들은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미국과 적대적이지 않다. 왜 금을 쌓을까?
폴란드는 나토(NATO)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헤지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다각화 전략이다. 헝가리는 EU 내에서 독자 노선을 걷는다.
공통점은?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금은 보험이다.
일본이 80.8톤을 산 건 의외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데 왜 금을 쌓을까?
엔화 약세 때문이다. 일본은 수십 년간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했고,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금은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을 사는 건 엔화에 대한 신뢰 부족의 반증이다.
미국은 8,134톤을 보유하지만, 2019~2024년 추가 매입 리스트에 없다. 왜일까?
첫째, 이미 충분히 많다. 둘째, 달러가 기축통화다. 미국은 금을 살 필요가 없다. 달러를 찍으면 된다. 셋째, 금값이 오르면 미국에게 유리하다. 보유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독일 3,352톤, 이탈리아 2,452톤도 리스트에 없다. 유로존 국가들은 금을 추가로 살 유인이 적다. 유로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계속 금을 사면 금값은 오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2024년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앙은행들의 매입이 주요 원인이었다.
문제는 금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금을 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금값이 너무 오르면 멈출 것이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탈달러화 트렌드는 계속되고 있고, 금은 여전히 그 중심에 있다.
금을 사는 나라(중국, 인도)는 달러를 의심하고, 금을 안 사는 나라(미국)는 달러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