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애플보다 3배 컸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한 이유

역사가 예고하는 빅테크의 운명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f1012260-340a-4c7c-9dfc-89a3afe0cc48_1200x1510.heic


시가총액 84조원? 애플 따위는 애기 수준이었다

미시시피 컴퍼니(Mississippi Company)를 아는가? 1720년 프랑스에서 시가총액 8조 4천억 달러(현재 가치 기준)를 기록한 기업이다. 지금의 애플(3조 2천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컸던 회사다.

이 회사는 스코틀랜드 출신 도박꾼 존 로(John Law)가 설계한 걸작이었다. 루이지애나의 금과 은으로 무한한 부를 약속했고, 주식은 1년 만에 500리브르에서 1만 리브르로 20배 폭등했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하루아침에 망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102조원의 신화

더 큰 괴물도 있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Dutch East India Company 또는 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VOC)는 1637년 10조 2천억 달러의 가치를 자랑했다. 현재 기준으로 아마존, 애플, 테슬라를 다 합친 것보다 컸다.

VOC는 세계 최초의 상장 기업이자 아시아 무역 독점권을 가진 회사였다. 향료, 비단, 도자기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결과는? 역시 망했다.


남해회사: 영국 국가부채를 먹어치운 괴물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는 55조원 규모로 영국 국가부채의 상당 부분을 떠안으며 성장했다. 남미 무역 독점권이라는 명분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회사도 어떻게 됐는지는 뻔하다. 망했다.


매그니피센트 7의 데자뷰

현재 매그니피센트 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테슬라, 메타, 엔비디아)이 S&P 500 전체 가치의 30%를 차지한다.

300년 전과 비교해보자.

독점적 지위: 빅테크들은 각자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

정부 의존: 국방, 클라우드, AI 등 국가 핵심 인프라

혁신 스토리: "AI가 모든 걸 바꿀 것"

국가정책과 연결: 중국 견제, 기술 패권 등


하지만 이번엔 진짜 다를 수도 있다

결정적 차이점 1: 실제 수익이 있다

과거 버블 기업들과 가장 큰 차이는 진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다.

미시시피 컴퍼니: 루이지애나에서 금 한 톨도 나오지 않았다

남해회사: 남미 무역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그니피센트 7: 애플은 연간 400조원, 마이크로소프트는 300조원을 번다


결정적 차이점 2: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

300년 전 기업들은 추측과 희망에 의존했다. 지금은 다르다.

아마존 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32% 장악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 92% 독점

애플 앱스토어는 연간 100조원 거래

이건 가상의 금광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현금창출기다.


결정적 차이점 3: 기술적 진입장벽

과거 독점권은 정부가 주고 뺏을 수 있는 특혜였다. 지금은 기술력 자체가 진입장벽이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20년 축적

애플의 생태계 15년 구축

엔비디아의 AI 칩 설계 30년 노하우


"이번엔 다르다"는 300년의 반복

1720년에도 사람들은 말했다: "미시시피 강 유역의 무한한 자원, 이번엔 다르다!"

1637년에도 말했다: "아시아 무역의 폭발적 성장, 이번엔 다르다!"

지금은? "AI 혁명의 무한한 가능성, 이번엔 다르다!"


존 로의 완벽한 설계 vs 실리콘밸리의 혁신

미시시피 컴퍼니 설계자 존 로는 금융공학의 천재였다. 하지만 그의 혁신은 돈을 움직이는 방법에 국한됐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만든다. 존 로는 금융 혁신가였다면, 실리콘밸리는 문명 혁신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경고

하지만 완전히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VOC도 200년간 지속됐고 실제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기술과 경쟁자에게 밀려났다.

신기술 출현, 반독점 규제 강화, 지정학적 갈등 등 새로운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결론: 이번엔 다르지만,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이번이 과거와 다른 점.

실제 수익과 사용자 기반

기술적 진입장벽으로 보호받는 독점

문명을 바꾸는 진짜 혁신

여전히 같은 점.

극도로 집중된 시장 지배력

국가 경제와 연결된 운명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

역사의 교훈: 혁신이 진짜여도 거품은 올 수 있고, 독점이 강해도 영원하지는 않다.

300년 전에는 나라 하나가 흔들렸지만, 이번에는 전 지구적 디지털 문명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 더 크고, 더 복잡하고, 더 위험한 게임이 시작됐다.


한줄 요약

"이번엔 다르다"고 외친 기업들이 줄줄이 망한 이유를 보면, 지금 빅테크들이 예외일 가능성은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Nvidia: 4조 달러 클럽의 새로운 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