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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ffee Sustainabilist Jun 17. 2020

공정무역,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 II

르완다 커피협동조합에서 기업가정신을 보다

Continuing from the previous one.....


공정무역(fair trade),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으로의 투자


위에서 설명한 쿠카무 커피협동조합과 뷔샤자 커피협동조합은 아름다운커피가 공정무역으로 직접 커피를 구매하는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아름다운커피는 2016~17년부터 쿠카무 협동조합의 커피를 구매해서 한국에 ‘킬리만자로의 선물’로 판매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뷔샤자커피 협동조합의 쿵가하라 여성그룹이 생산한 커피를 공정무역 및 여성의 커피로 구매해서 ‘SOLVE’로 론칭하여 판매하고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르완다 커피협동조합들이 내수 도매거래처와 유지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이들에게 투자하고 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공정무역 최소보장가격(Minimum Price) 이상 지급


선물시장 가격의 영향으로 4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가격으로 커피가 거래되고 있지만, 공정무역 거래에서는 생산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가격을 보장하여 지급한다. 이는 국제 공정무역기구가 생산자들의 생계 수치를 계산하여 산정하고 제시하는 가격으로 고정되어 있다. 공정무역 거래에서는 국제 선물시장 커피 가격과 공정무역 최소보장가격을 비교해서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것으로 커피생산자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2. 소셜 프리미엄(Social Premium) 지급 

  

커피 아라비카 선물시장 가격과 공정무역 가격 비교. 이미지 출처: Fairtrade Foundation
그래프의 파란색은 선물시장에 따라 변동되는 아라비카 커피 거래 가격이며 하늘색은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 거래 가격이다. 선물시장 가격이 낮을 때는 공정무역최소보장가격을 지급하며, 이에 공정무역 프리미엄과 같은 프리미엄을 더해 지급한다.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거래에서는 최소보장가격으로 끝나지 않고 프리미엄을 지급하여 생산자들이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종잣돈을 지급한다. 프리미엄은 주로 커피 생두의 인증이나 성격에 따라 공정무역 프리미엄(Fairtrade Premium), 유기농 프리미엄(Organic Premium), 여성 프리미엄(Women’s Premium) 등으로 구분되어 지급되며, 품질등급이 높은 커피는 품질 프리미엄(Quality Premium)을 지급하기도 한다. 공정무역 거래에서 프리미엄은 지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상호 약속의 지원금으로 생산자조합이 스스로 프리미엄을 협동조합의 비즈니스 투자나 조합원들의 복지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해서 사용하며, 프리미엄을 지급한 아름다운커피 등 구매자에게 사용한 내역을 성실하게 보고해야 한다. 아름다운커피는 직접 거래하는 생산자 조합의 프리미엄 사용 내용은 직접 모니터링해서 투명성(Traceability)을 보장한다. 


3. 선급금 지급 


또 하나의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거래의 특징은 거래대금의 선급금 지급이다. 보통 관행 무역 방식에서는 L/C거래나 후불 지급으로 대금을 지급해서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공정무역 거래는 생산자의 생산과 생계 보장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거래 계약 시점이 커피 열매인 체리를 농부들이 수확하는 시점에 진행되며, 거래 체결과 즉시 대금의 50~60%의 직접 선지급한다. 이 선급금은 협동조합이 농부들에게 커피 체리를 구매해서 바로 지급하는 체리의 대금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농부들이 커피를 판매하고 바로바로 소득원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된다. 실제로 커피 무역에서 대금이 늦게 지급되면 농부들은 열매를 따서 판매한 이후 통상 6개월 이후에나 커피 열매의 값을 받게 되는데, 이 보릿고개를 겪어야 하는 농부들도 다수이고, 무엇보다 협동조합이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자금도 부족하게 된다. 자금이 필요한 조합은 은행이나 수매 기업에 고리대로 자금을 빌려야 비즈니스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협동조합의 부채와 수익 저하로 귀결되고 궁극적으로 커피 농부들의 만성적 빈곤의 주요 원인이 된다. 공정무역 거래의 선지급은 이를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거래방식은 단순 구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생산자 스스로의 비즈니스 역량을 키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파트너십 관계를 기반으로 한 투자의 역할을 한다. 농부들이 커피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길에 고비고비 놓여있는 어려운 장애물을 스스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와 파트너십 관계는 생산자와의 연대와 신뢰를 두텁게 하고 생산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쿠카무 협동조합과 뷔샤자 커피협동조합의 성장 


아름다운커피와 공정무역으로 비즈니스를 경험한 두 협동조합은 처음 시작보다 지금은 더욱 성장하고 발전했다.  2016년 아름다운커피와 처음 만났을 때 RTC외에 다른 판매처가 없던 쿠카무 협동조합은 처음으로 RTC가 아닌 쿠카무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한국에 직접 수출하게 되었다. 조합이 스스로의 이름으로 직접 수출하기도 힘든 커피 생산지에서 이는 쿠카무 협동조합에게 중요한 이력이 되었는데, 바로 다음 해 그 효과가 나타났다. 영국에서 르완다를 방문한 스페셜티 커피회사는 키부호수 주변 여러 협동조합을 방문하다가 쿠카무 협동조합이 한국에 직접 수출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회사들이 아프리카에서 직접 거래를 꺼리는 이유는 생산자 조합들이 직접 무역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어려움과 실수가 많고, 선적과 운송 등을 컨트롤하지 못해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 영국의 커피회사는 쿠카무 협동조합을 방문하고 샘플을 테스트한 뒤 이후 RTC가 아닌 조합과 직접 계약을 더 좋은 가격으로 진행했다. 외국에 직접 수출을 하는 생산자조합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렇게 쿠카무 협동조합은 한국에의 수출을 경험으로 영국,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회사로 판매처를 넓혔고, 아름다운커피가 프로젝트와 소셜 프리미엄로 지원한 것을 힘입어 명실공히 수익을 내는 협동조합으로 지역에 기여하게 되었다. 조합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조합의 사무실과 창고를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오픈해서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쿠카무 협동조합 조합원들 ⓒ아름다운커피


뷔샤자 커피협동조합은 청년리더십의 꼼꼼한 비즈니스 관리로 아름다운커피와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었다. 이전에는 공정무역 거래가 없어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던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수익으로 마을의 학교를 지원해서 두 개의 교실을 증설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름다운커피와의 신규 거래로 지급받은 소셜 프리미엄과 우먼스 프리미엄은  여성그룹 쿵가하라 멤버들의 건강보험 비용으로 지급되었고, 커피 품질교육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뷔샤자 커피협동조합의 쿵가하라 그룹은 2019년 국제여성커피연맹(International Women’s Coffee Alliance)에 새롭게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고, 미국에서 여성의 커피를 구매하는 회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커피 생산과 판매에서 보조적인 역할만 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협동조합에서 스스로 생산과 가공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그룹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다. 


뷔샤자 커피협동조합 조합원들 모습 ⓒ아름다운커피&공감아이임종진


빌 드레이튼은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고기를 주거나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고기잡이 산업(fish industry)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이들이라 했다. 커피 생산자 협동조합 농부들도 공정무역과 같은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정신과 만났을 때 이들은 산업을 바꾸는 주체의 역할을 한다. 비록 전체 산업에서 공정무역 거래의 비율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공정무역 거래 요소 요소들은 생산자들이 기업가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디딤돌로 작용하며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커피 농부들은 관행을 탈피하는 혁신을 통해 커피 생산으로 생계를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동적인 커피생산자 농부와 달리 이들에게도 숨겨져 있던 주체성이 드러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커피 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기존 관행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커피 산업의 미래가 가야할 길이 지속가능성에 있다면 커피산업의 주요한 주체인 소비자와 구매자들도 생산자의 주체성과 혁신을 함께 고민하고 손을 내밀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 글은 월간 커피앤티(Coffee & Tea) 2020년 5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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