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공기반 소리반'과 함께 가장 자주 쓰던 말이 '뻔하지 않게 노래하라'였다. 고전 음악 중에서도 특히 '뻔하지 않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일 것이다. 바이올린의 거장 기돈 크레머가 이끄는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이 음원은 대단히 독특하게 <아스토르 피아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가 모든 계절 사이에 각각 커플링 되어 있다. 피아졸라의 '사계'는 '여름에서 시작해 봄으로 종결' 되지만 비발디의 '사계'를 모티브로 작곡된 만큼 두 '사계'는 서로 음악적 유사성이 강하다. 무엇보다 기돈 크레머의 "비발디 사계"는 작품에 '중용적 독특함'을 녹여내고 있어서 흥미로움과 안정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 요소는 이 음원이 가진 가장 탁월하고 완벽한 부분이다. 특히 '겨울' 2악장 "라르고"는 완전하게 독보적인 템포 스타일을 구사한다. 이는 '양날의 검'처럼 아쉬움도 크지만 뻔하지 않은 연주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도이자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피아졸라는 요즘들어 더욱 다양한 시도로 연주되는 작품이지만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과 조진주 등 걸출한 연주자들이 자주 연주하고 있기에 이제는 현대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돈 크레머는 이 곡을 대중으로 이끈 선구자로서 이 음원에서도 가장 신뢰할 만한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단단하고 폭발적인 앙상블도 무척 완성도가 높다. 아마도 두 '사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음원으로 이처럼 강력한 결과물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