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아키 스즈키와 바흐 콜레기움 저팬의 바로크 음악은 대단히 오묘하다. 유럽 본 고장의 정서에 일본인 특유의 동양적 가치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단아하고 깔끔하며 과하지 않으면서도 사려깊다. 그러나 어느 부분 하나 이질적이지 않아 본토의 음향과 해석을 오롯이 보여준다. 동시에 그들만의 독자적 음악 세계를 펼쳐낸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J. S. 바흐 b단조 미사>는 J. S. 바흐의 가장 대표적인 곡이지만 정작 그는 개신교도였으니 의외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악 예술적 영역에서 '종교'는 밀접하기도 하지만 때론 전혀 경계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J. S. 바흐 미사곡'은 조금도 이질적이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사아키 스즈키-바흐 콜레기움 저펜의 연주는 맑고 순수하며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 진중한 깊이가 있다. 무엇보다 고음악 요소들의 중용적 배합은 감상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바로크 종교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부담감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창자들의 가창도 자연스러운 앙상블로 융화된다. 이것은 스즈키만의 해석과 접근법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조합이라 하겠다. 오자와 세이지,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의 동곡 연주를 떠올려보면 일본식 바로크의 성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시대악기 연주와 현대 오케스트라의 음향적 차이는 극명하지만 일관된 관점과 흐름이 확연히 담겨있다. 개인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점이기도 하지만 바로크 음악에서 그들은 하나의 큰 줄기임을 부정할 수 없다.
크레도(Credo)의 유려함은 이 음원의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전반부 키리에(Kyrie)와 글로리아(Gloria)의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면서 보다 단아한 음색과 깔끔하게 처리된 음향의 조화는 성스러운 종교적 감성을 명징하게 표현한다. 하프시코드의 깊고 자연스런 청아함은 고혹적 울림을 이룬다. 합창과 이루는 총주는 상투스(Sanctus) 도입과 함께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최고조의 성령강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종교적 환각'이 아닌, '바흐의 위대함에 대한 각성'의 순간이다. 강렬한 합창이 호산나(Osanna)를 외치면 베네딕투스(Benedictus)와 이루는 오묘한 대비가 감정을 격하게 뒤흔든다. 야누스 데이(Agus Dei)는 카운터 테너 로빈 블라제의 심오하고 비장한 선율로 심연의 극적 슬픔을 자아낸다. 마지막 곡, 도나 노비스 파쳄(Dona Nobis Pacem)에 이르면 합창 총주가 팀파니의 강력한 타격과 함께 성스러운 울림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두드린다.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끝없는 불행과 아픔이 가득한 인간의 삶에 부디 진실된 평화와 안정을 베푸소서. 바흐의 위대한 예술에 경외를 느끼며 음악은 숭고한 합창으로 장엄하게 종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