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반더러의 연주는 따스한 음색과 편안한 앙상블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슈만 피아노 사중주, 오중주, 그리고 트리오"를 담은 이 음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들의 내한공연 후 작성한 공연리뷰의 일부를 옮겨본다.
"트리오 반더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강물처럼 도도하게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앙상블이다. 그야말로 본능적인 팀 호흡의 극치로, 누구 하나 더하거나 덜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온전히 배려하고 홀로 드러나지 않으며 스스로가 오롯이 돋보이는 완벽한 혼연일체의 경지, 바로 그 믿기 힘든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법인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다져진 본능적인 호흡과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 그리고 음악에 대한 남다른 깊이감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행복한 연주의 전형이었다. 활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고 완연하게 형상화되는 명징함과 그 오묘한 앙상블은 형언할 수 없는 무아지경의 경지였다."
그들은 날렵하고 강인한 기계적 앙상블을 추구하는 일부 실내악 단체와 분명히 다른 노선을 걷는다. '앙상블'이란 본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표현하는 연주자이며 오랜 세월의 담금질을 통해 굳건해진 그들만의 음악성을 어느 한순간도 변함없이 이어온 팀이다.
<슈만 피아노 사중주 & 오중주>는 그들 본연의 앙상블을 넘어 객원 연주자와 어우러지는 탁월한 화학반응을 깊은 공감으로 이끌어내는 연주이다. 지난 내한공연에서 엿본 그들만의 슴슴하고 담백한 기품 위에 상큼하게 얹어지는 드레싱 소스의 풍미가 더해져 향긋한 묘미를 선사한다. 보다 풍성해진 사운드는 슈만 특유의 독일적인 낭만성과 섬세함도 한껏 담고 있다.
<슈만 피아노 사중주>는 중후함이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 날렵하고 저돌적인 템포가 입혀지면서 숨 막히는 접전이 펼쳐진다. 1악장 '알레그로'와 2악장 '스케르초'의 강렬함 뒤에 이어지는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애절한 고혹적 낭만성이 달콤하게 전개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미에 깊은 온기가 더해지면 한없이 아득한 평화가 찾아온다. 4악장 '피날레'는 첼로와 비올라의 어우러짐이 고음 현과 피아노의 협공을 깔끔하고 상쾌한 쾌감으로 승화시키며 폭발적으로 마무리된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피아노 오중주"라 불릴만한 <슈만 피아노 오중주> 역시 트리오 반더러의 '강물처럼 도도한 앙상블'에 더해지는 밝고 발랄한 에너지가 상승기류처럼 샘솟는 기쁨의 하모니로 가득하다. 특히 1악장 '알레그로 브릴란테'와 3악장 '스케르초'에서 작품의 화려한 악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야말로 '슈만의 음악' 속에 내재된 확실한 환희의 표본이다. 반면 2악장의 묵직한 우울함은 슈만 예술의 진정한 본질을 보여준다. 반전의 분위기가 선사하는 극적인 대비감은 후반부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고양감을 더욱 충격적으로 몰고 가는 효과를 준다. 4악장 '피날레'가 코다를 향해 나아가면서 응축된 파워를 다시 끌어올린다. 그러나 과욕을 느낄 수 없는 중용과 기품을 잃지 않는 따뜻한 보잉으로 설득력 있는 종결을 맺는다. "트리오 반더러"의 음악성을 오랜 세월의 경지로 품어낸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