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헤레베헤,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의 <J. S. 바흐 요한 수난곡>은 이 시대 최고 바흐 전문가, 헤레베헤의 정직한 해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의 순수하고 묵직한 흐름, 기본에 충실한 단아하고 정갈한 사운드는 도무지 그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헤레베헤가 바흐 종교 음악 연주에서 보여준 빛나는 대업적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무엇보다 <b단조 미사>와 <요한 & 마태 수난곡> 등에서 증명된 탁월한 해석의 경지는 '현대 바흐 연주사'에 있어 그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모든 성악진의 앙상블은 물론이고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사운드의 아늑한 평화로움은 그 어떠한 연주와 비교해도 결이 다른 독보적인 질감을 보여준다. 저음 현의 따뜻한 울림은 <요한 수난곡> 특유의 정갈함의 표상이다. 종교, 믿음의 여부를 떠나 순수 음악적 감동이 우리를 '바흐'로 이끄는 것이기에 바흐는 종교와 음악의 깊은 결합으로, 우리는 '바흐의 음악' 자체에 공감과 격한 울림을 느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버지 바흐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