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반더러의 지난 8월 내한공연 때 무대와 객석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했던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은 무척 각별했다. 그 순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음반으로 재회하는 그들은 따스하고 매혹적인 울림으로 다가온다. 슈베르트의 음악 속에 내재된 심연의 우울함은 그들만의 부드러운 질감을 걷어내고 문득 고개를 내민다. 슬픔은 기쁨 안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말해주듯이.
1악장 '알레그로'는 지나치지 않은 강렬함으로 생동하는 쾌속의 앙상블을 선사한다. 이들은 맹렬히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소리를 살뜰히 보듬는다. 그 밀당 속에서 오묘한 긴장감이 우러나는 듯하다. 2악장 '안단테'의 첼로 솔로 주제부는 슈베르트 예술의 극한점을 보여주는 낭만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트리오 반더러는 감정에 매몰된 정서와 거리가 있다. 덤덤하고 관조적인 시선 속에 담긴 본능적 온기가 마음 한 구석을 더 깊게 자극하는 탓이다. 이는 자극적이고 도전적인 해석을 탈피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의 스며듦을 지향한다. 3악장이 시작되면 쾌활함을 되찾아 보다 발랄하고 귀여운 미소로 환하게 피어난다. 날카로운 고음 현은 이들의 앙상블에 이질적인 요소이나 역설적인 조화로움으로 승화되는 촉매가 된다. 4악장의 소름 돋는 매력은 2악장의 유명한 주제 선율이 재등장해 감성적인 충격과 더불어 균형과 구성미를 극대화한다는 점에 있다. 이토록 절묘한 첼로 솔로의 재회는 작곡가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후반 분위기의 전환을 설득과 공감으로 보듬어내는 환상적인 흐름은 파괴적이거나 폭발적이지 않아도 만인의 감동과 환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트리오 반더러는 슈베르트가 설파하는 진리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메신저이다. 이들이 선사하는 슈베르트는 실로 아름답고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