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 얀손스ㅣ말러 교향곡 6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G. MahlerㅣSymphony No.6 "Tragic"


Mariss Jansons - London Symphony Orchestra


2002 London Live Recording


#MarissJansons #Mahler

#LondonSymphonyOrchestra


마리스 얀손스와 런던심포니의 만남은 다소 낯선 조합이다. 게다가 말러라면 더욱 그렇다. 이 음원은 벌써 21년 전인 2002년 11월,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의 기록이지만 발매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연주이다. 나조차도 한두 번 듣다 외면해 온 음반이지만 오늘 다시 접하니 준수하기 이를 데 없는 호연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조합이기 때문일 테다. 이 연주는 지나치게 어둡거나 육중한 무게감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쾌속의 템포와 시원스러운 흐름은 많은 <말러 교향곡 6번> 연주들 중에서도 흔치 않은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2악장과 3악장이 '안단테-스케르초' 순으로 연주돼 최근의 경향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2악장의 빠른 전개는 조금도 늘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지녀 '안단테-스케르초' 배열이 안기는 심리적 이질감을 상당 부분 상쇄시킨다.


3악장은 런던심포니 특유의 볼륨감과 풍성한 사운드가 얀손스의 감각적인 템포 루바토와 접목돼 '젊은 말러'를 느끼게 한다. 야성의 거친 질감과 깊고 세련된 사운드의 절묘한 균형감은 독특한 감성을 불러온다. "비극적"이란 표제는 이 교향곡이 지닌 전반적인 방향성을 보여주지만 곡의 세부는 발랄하고 귀여운 선율들이 그로테스크하고 천진난만한 형태로 등장한다. 이것은 아마도 "비극"이란 의미의 역설적 표현일 것이다.


4악장 '피날레'에 이르면 말러는 직설적인 태도로 변모해 우리의 멱살을 잡고 심연으로 끌고 가지만 그 속에서도 감각적인 유머를 잃지 않는다. 얀손스는 바로 그 숨겨진 조각을 움켜쥐고 일으켜 세워 장쾌한 해석을 펼쳐낸다. 한순간도 놓지 않던 긴장감 서린 템포는 교향곡이 지닌 이면의 밝은 심리를 일깨우며 슬픔과 비극의 바로 옆은 허탈과 관조, 그리고 평온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두 번의 해머 타격은 담담한 파괴력으로 조화와 충격을 동시에 안긴다. 삶 속에서 지나칠 수 없는 인생의 풍파는 해머의 처절한 부서짐처럼 고통을 주지만 거친 폭풍우가 지나간 뒤 해맑게 갠 하늘처럼 허무와 평화로 이어짐을 암시하는 듯하다.


마리스 얀손스의 말러 해석이 격변의 세월들을 거치면서 이 음원의 존재는 이질적이지만 드라마틱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연주 당시의 분위기에 몰입과 몰입을 거듭한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주이다. 바비칸 센터만의 건조한 홀사운드가 가감 없이 기록되긴 했으나 되려 그런 부분이 현장감을 사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얀손스의 말러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가장 현장감 있는 음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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