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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09. 2024

리카르도 샤이ㅣ베토벤 교향곡 5-8번 外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Symphony No.5 Op.67

Symphony No.6 Op.68 "Pastorale"

Symphony No.7 Op.92

Symphony No.8 Op.93

Overture "Coriolan" Op.62

Overture "Egmont" Op.84

Overture "Die Ruinen von Athen" Op.113


Riccardo Chailly - Leipzig Gewandhausorchester


#RiccardoChailly #LeipzigGewandhausorchester

#Beethoven


리카르도 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은 개인적으로 카를로스 클라이버, 빈필하모닉의 전설적인 명연과 비견되는 가장 이상적인 음원 중 하나이다. 샤이가 그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정공법으로 거의 모든 연주에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특히 <교향곡 5번>에서 드러나는 참 해석은 모든 순간 환희로 가득하다. 어쩌면 엑스터시의 결정체라 하겠다. 1악장의 폭발적인 앙상블은 단 하나의 흠도 찾을 수 없는 전율적인 호연이다. 그의 해석을 완벽 재현하는 게반트하우스의 신들린 연주는 외마디 감탄사 외엔 달리 형언할 길이 없다. 반면 2악장은 힘을 많이 뺀 연주이다. 완서악장에서 대비감을 확실히 주는데 이것은 3, 4악장으로 이어지는 무자비한 폭격을 더욱 절실하게 북돋는다. 적재적소를 완벽하게 타격하는 오케스트라의 소름 돋는 생동감은 놀랍도록 경이롭다.


예상대로 <교향곡 6번 "전원">은 밝고 경쾌하며 생기가 넘친다. 이 또한 이상적 전개를 보여준다. 쾌속의 템포와 익살스러운 목관의 재잘거림은 정겨운 기분이 느껴지며 현과 금관은 맑은 개울가의 정경처럼 싱그럽다.


1악장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

2악장 "시냇가의 정경"

3악장 "농부들의 축제"

4악장 "천둥, 폭풍우"

5악장 "폭풍이 지나간 뒤의 기쁨과 감사"


샤이가 바라보는 <전원교향곡>은 분명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 풍경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작품 내면의 묘사는 낙천적인 심리의 표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사로운 햇볕이 시냇가에 반사되어 윤슬로 빛나고, 시골 농부들이 축제를 여는 그 평화로운 정경이 마치 눈앞에 아른거리린다. 천둥, 폭풍우조차도 진정 낭만적으로 다루는 샤이의 마법은 황홀하다. 서툰 클라리넷 연주자의 들뜬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게반트하우스 목관주자의 가슴은 또 얼마나 두근거릴까.  거센 폭풍이 지나고 안도의 기쁨과 감사를 누리는 그들 모두의 밝은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활기찬 피날레는 깊은 위로와 평안을 안긴다. 세상의 참평화는 바로 여기 이들의 "전원교향곡"에 있는 듯하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이 연주되는 순간, 그가 2017년 10월 12일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를 이끌고 내한해 탁월하고 완벽한 솜씨로 이 곡을 지휘했던 벅찬 순간이 떠오른다. 당시 <교향곡 8번>도 연주됐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연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앙상블을 실연으로 만났던 순간이었다. LFO가 유럽의 사운드라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독일 본토의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이들은 '베토벤에 최적화된 숨결을 지닌 오케스트라'일 것이다. 마치 강철 같은 확고한 앙상블은 '베토벤의 영혼'인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 그들과 샤이의 만남은 자칫 투박할 수도 있는 독일 스타일을 보다 감각적인 해석과 세련된 리듬감으로 재탄생한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교향곡 7번>에서 이런 특징은 두드러진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단원들 모두가 능동적인 앙상블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LFO의 내한공연 때 가장 충격적이던 장면은 음악과 하나가 된, 파도처럼 물결치는 춤사위였다. 실연에서 이토록 장엄한 스케일을 목격한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게반트하우스 역시 온몸이 들썩이는 생동감 있는 연주를 펼쳐낸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난 이들의 베토벤을 감히 최고의 연주로 당당하게 추천한다. 베토벤도 그들을 바라보면서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음악을 흠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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