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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09. 2024

리카르도 샤이ㅣ베토벤 교향곡 9번 外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Overture "Zur Namensfeier" Op.115

Overture "König Stephan" Op.117

Symphony No.9 Op.125


Soprano/ Katerina Beranova

Mezzo-soprano/ Lilli Paasikivi

Tenor/ Robert Dean Smith

Bass-baritone/ Hanno Müller-Brachmann


Leipzig Gewandhauschor

Leipzig GewanshausKinderchor

MDR Rundfunkchor


Riccardo Chailly

Leipzig Gewadhausor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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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첫 악장 도입부터 거친 스피드와 폭풍 같은 공격력으로 매섭게 몰아친다. 앞서 연주된 두 서곡, "성명축일"과 "스테판왕"을 통해 이미 예고한 대로 샤이는 무자비한 맹공으로 베토벤의 거장성을 확고하게 제시한다. 그가 말러에서 보여주는 접근방식과 베토벤을 다루는 시각은 사뭇 다른데 마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과격한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가공할 파괴력의 진수를 선보인다. 전반 악장의 숨 막히는 질주는 어느 한순간도 지치지 않는 야성의 힘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샤이 베토벤 교향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완벽한 기능성이다. 베토벤 심포니에 있어 이들만큼 완전무결한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도 흔치 않다. 소릿결부터 앙상블을 이루는 강력한 아우라는 게반트하우스만의 독보적 강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악장 '아다지오' 역시 전반부의 빠른 템포가 유지되나 <피아노 협주곡 5번> 완서악장과 더불어 '베토벤의 가장 아름다운 아다지오' 중 하나인 3악장의 낭만성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다. 전반적인 작품해석의 흐름에 자연스레 동화되는 듯한 연주이다.


예상대로 4악장 피날레는 광포한 폭발로 서막을 알린다. 물론 샤이는 푸르트벵글러만큼의 극한 템포는 아니지만 시대연주는 논외로 두고, 현대 베토벤 연주에 있어 가장 호쾌한 흐름을 보여준다. "환희의 송가" 주제부 선율은 대단히 장쾌하고 명징하다. 합창단과 솔리스트가 이루는 총주부는 단호한 직설 화법의 진수를 선사한다. 이것은 이탈리안 지휘자의 본능적 성향과 묵직한 독일형 악단의 저돌성이 만나 이루어지는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아찔하게 전개되는 스피드 위에 점층적 파워를 쌓아가는 이들의 연주는 최후의 총주에서 말러에 버금가는 충격을 안겨준다. <베르디 "레퀴엠">을 연상하게 하는 중량감과 공간적, 종교적 울림은 샤이의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후반 16:40경 악보에 없는 합창 파트를 덧붙여 가필한 것은 무척 놀랍다. 감히 베토벤의 음악에 손댈 수 있는 무모한 도전 또한 '샤이 베토벤'의 독보적 매력이다. 코다는 더 이상 형언할 수 없을 벅찬 환희를 형상화한다. 그러나 이 음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정상 템포'는 바로 이 순간뿐이다. 파격과 카오스에서 벗어나 태초의 시점으로 회귀하는 피날레는 그 자체로서 역설적 충격이며 엘리시움(Elysium)의 음악적 형상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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