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샤이가 추구하는 말러 교향곡의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꼽으라면 단연코 <말러 교향곡 3번>을 택할 것이다. 그의 말러 음원 중에서 일급 연주는 무수히 많지만 특히 <교향곡 5, 7, 8, 10번>은 그들에게 대적할 결과물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중 <말러 교향곡 3번>은 단단한 앙상블과 강철 같은 해석, 그리고 모든 성부를 무색투명하게 비추는 최적의 질감과 더불어 세련된 사운드까지 가히 결정반으로 꼽기에 손색없음을 증명한다. 확고한 믿음으로 연주자들 모두가 혼연일체를 이루며 쌓아 올린 거대한 성벽은 그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할 만큼 강력하다. 극적이고 낭만적인 장면들을 장인의 솜씨로 직물을 짜내듯 촘촘히 엮어 나가는 모든 과정은 실로 찬탄을 금하기 어렵다. 코다의 숨 막히는 긴 호흡과 장엄하게 울리는 깊은 여운은 '그들이 내게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증명한다. 모두가 필히 향유해야 할 위대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