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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프게니 므라빈스키ㅣ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P. I. Tchaikovsky

Symphony No.5 Op.64


Yevgeni Mravinsky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1977 Tokyo Live Recording


#YevgeniMravinsky #Tchaikovsky

#LeningradPhilharmonicOrchestra


예프게니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필의 러시안 레퍼토리는 그 어떤 연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지존의 위치'에 있다. 글린카나 차이콥스키는 물론이고 특히 쇼스타코비치는 그들의 아우라를 뛰어넘는 건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그들은 쇼스타코비치와 동시대의 삶을 함께 한 실존적이며 역사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러시아 음악을 논할 때 1977년 10월 도쿄실황을 담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빼놓을 수 없는 명연이다. 이토록 '확고하고 강력한 해석'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레닌그라드필의 그야말로 광적인 연주는 언제 들어도 놀랍다. 이는 자국의 음악에 대한 성령강림의 종교적 믿음으로 가득한 연주이기 때문이다. 2악장 주제부의 현의 1차 오르가슴(이미 카타르시스의 수준을 넘어선다)은 직설적으로 절정의 순간을 묘사하며 영혼의 정화보다 더한 쾌락의 극치를 경험하게 한다. 스탈린 시대에 소비에트 안에서 이런 퇴폐적 연주를 시도하면 인민의 고귀한 정신을 희롱한 죄로 시베리아 수용소에 압송될 것만 같다. 그리고 3악장은 천국에 도착한 기쁨과 설렘을 2차 오르가슴으로 묘사했다. 모든 목관군의 움직임이 가슴 벅차게 아름답지만 매우 자극적이다. 일명 '민해경 교향곡'이란 별명이 붙은 4악장 피날레는 단 한순간도 주저함이란 없는 여유롭고 시원스러운 질주를 선사한다. 므라빈스키 총통의 가속력은 실로 부드럽지만 강력하고 불꽃 튀는 파괴력을 지닌다. 금관이 뿜는 포화의 화력은 도시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포효와 파괴력으로 승화된다. 단언컨대, 이들처럼 사활을 걸고 연주하는 음원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코다에 이르기까지 무자비하게 펼쳐지는 융단폭격은 최고조로 올라온 3차 오르가슴을 일으키며 대폭발의 향연으로 성대하게 끝맺는다. 그들과 한 날, 한 공간에서 실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과 감격의 순간을 경험한 복된 운명을 타고난 것이 틀림없다. 응축되어 터져 나오는 객석의 폭발적인 박수갈채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의 본능적인 발산 그 자체다. 이런 역사적 음원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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