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유독 '차이콥스키'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그 이유를 보통 <비창교향곡> 때문이라고 여긴다. 물론 아니라 할 순 없지만, 내 생각은 <교향곡 5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격정과 비극적 심상을 그린 <교향곡 6번 '비창'>이 고유의 '한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늘상 슬픔에 젖어있는 민족이 아니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과 해학으로 승화했던 나라였다. 슬픔과 고통에서 기쁨과 환희로 나아갔던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더라도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유머코드가 남다른 사람들이다. 과거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고 후손들이 사용하면서 정말 기발한 언어유희를 재창조하고 있지 않은가. (이 기회를 빌어 새삼 세종대왕께 감사드린다)
다시 차이콥스키로 돌아와서, '교향곡 5번'은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보다 더 슬플 수 없을 정도의 비극적 심정을 '비창교향곡'에 담았으나 이는 근본적인 한국인의 정서가 아니다. 우리는 다이내믹한 우여곡절 속에서 꿋꿋이 이겨내는 체질이기에 마냥 슬퍼할 수 없는 민족이었고 곧바로 다시 일어나 웃음과 풍자로 날려버린 역사를 가졌기에 오히려 교향곡 5번에서 느낄 수 있는 극도의 강렬함이 우리의 본능적 기질과 더 강하게 닮은 것이라 믿고 싶다. 진정 뜨겁고 빠르며 거침이 없는 이 교향곡의 흐름은 마치 한국인의 마음을 연구하고 분석해 작곡한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차이콥스키를 향한 깊은 존경과 경의를 보내며 아마도 당신께서 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에 당신 스스로도 놀라실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