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P. I. Tchaikovsky
Symphony No.5 Op.64
Serenade for String Orchestra Op.48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vonKarajan #Tchaikovsky
#BerlinerPhilharmoniker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의 또 하나의 명연을 꼽으라면 단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빼놓을 수 없다. 한음 한음 진득하게 눌러 담는 카라얀의 확고한 해석은 대중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대단히 훌륭한 완성도를 지닌다. 베를린필의 완벽하고 세련된 음색과 촘촘한 앙상블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요소다. 독일 악단의 러시아 레퍼토리는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같은 정통 러시아 음악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데 이는 진중하고 무거운 독일적인 음색이 어둡고 거친 러시아 음악과 밀접한 융화가 이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라얀 역시 이 두 러시아(소비에트) 작곡가에 강한 면을 지니면서 철저히 자기화한 지휘자로서 완성도 높은 걸출한 음원들을 남겼다.
더할 나위 없는 카라얀-베를린필의 매끈한 앙상블은 예프게니 므라빈스키와 대척점에 존재하는 느낌이지만 서로가 극적으로 다르면서 결국은 동일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그 두 거장을 비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너무도 다른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거의 공통점이 없지만 이들의 차이콥스키는 이란성쌍둥이인 것처럼 모습은 달라도 깊은 동질감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카라얀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이전에 므라빈스키가 보여줬던 파괴적 본능과 유장한 흐름을 거의 답습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후기낭만주의인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마치 라흐마니노프처럼 연주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카라얀의 고유한 스타일이다. 그런 이유로 이런 점은 이 연주만의 장점으로 승화되기에 이는 하나의 해석적 방향이며 흐름이다. 그리고 그 장점은 설득력이 강한 탄탄한 결과로 나타난다. 그래서 카라얀의 차이콥스키에 격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다. 도입부터 피날레에 이르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폭발적 코다는 과연 카라얀의 연주임을 자각하게 한다. 지독하게 낭만적으로 다가가는 그의 고집은 므라빈스키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작품 이면을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존재가치가 충분한 음원이다.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카라얀의 장기가 그대로 음악으로 형상화하는 듯하다. 유려하게 물결치는 현의 움직임, 장중한 울림, 그리고 감각적 선율미에 가해지는 달콤함은 결국 우리가 카라얀을 통해 수없이 들어왔던 음악에 다시 동화되어 내면에 내재된 본능을 일깨운다. '그의 해석이 옳다'가 아니라, 그의 방식은 이미 보편화된 차이콥스키의 단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