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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오 아바도ㅣ말러 교향곡 4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4


A. Berg

Sieben Frühe Lieder (Seven Early Songs)


Soprano/ Renée Fleming


Claudio Abbado - Berliner Philharmoniker


2005 Berlin Live Recording


#RenéeFleming #Mahler #Berg

#ClaudioAbbado #BerlinerPhilharmoniker


클라우디오 아바도, 베를린필,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말러 교향곡 4번>은 1977년, 빈필과 메조소프라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의 음원과 비교해도 월등히 개선된, 수준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베를린필의 음색과 응집력은 당시 빈필의 연주와 비교가 불가능하다. 어쩌면 <말러 교향곡 4번> 연주의 혁신적인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토록 온전하며 맛깔스러운 연주는 그 예를 찾기 쉽지 않다. '아바도가 말러를 대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진중하면서도 자유롭고, 철저히 통제하면서 서사적이다. 그 무엇보다 지극히 아름답고 낭만적이라는 사실이 '아바도의 말러'를 첫 손에 꼽는 절대적 이유일 것이다.


1악장의 도입부는 슬레이벨의 정확한 박자감부터 만족스럽다. 절도 있는 목관군의 명확한 존재감, 현악의 시원스럽고 깔끔한 음색과 보잉,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확고부동한 해석은 도무지 반박할 수 없는 최상의 연주 그 자체다. 2악장은 고혹적이면서 감각적인 표현력에 넋을 잃을 정도이다. 베를린필의 악장 가이 브라운슈타인의 바이올린 솔로파트는 황홀한 테크닉의 진수를 선보인다. 3악장 '포코 아다지오'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고 고귀하며 아름다운 핵심적인 부분이다. 베를린필의 현악군은 목관과 거칠고 자극적인 화학반응을 이룬다. 그들의 교묘하게 응집되어 폭발적으로 산화하는 반응 방식은 대단히 충격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매혹적인 보잉이 안겨주는 놀라움은 "교향곡 3번이나 9번"의 피날레와 완전히 다른, 매우 순도 높은 영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후반부 폭발적인 총주는 이미 천상의 세계에 도래한 황홀경을 노래한다. 가슴이 터질 듯한 카타르시스는 이 교향곡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오묘하고 자극적인 엑스터시다. 4악장 '천상의 삶'은 르네 플레밍이 전하는 몽환적인 목소리가 3악장에서 이어지는 진한 여운 속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또한 슬레이벨의 강렬한 변신은 피날레 악장의 특징적인 부분인데 '말러의 이중적 시도'는 그래서 더욱 절묘하다. 이후 급격하게 고요하고 차분하게 사그라지는 몽롱한 분위기는 매혹적이지만 심히 공포스럽다. 그러나 하프의 울림으로 마무리되는 코다는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위안을 주며 깊은 슬픔과 여운으로 승화된다. 아바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두를 다독여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렇게 거장 아바도는 완전무결하고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고요한 피날레를 맞이한다. 우리가 말러의 침묵악장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극강의 쾌감을 이 연주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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