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A. Bruckner
Symphony No.9
Carlo Maria Giulini - Wiener Philharmoniker
1988 Wien Live Recording
#CarloMariaGiulini #Bruckner
#WienerPhilharmoniker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빈필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는 줄리니 특유의 중후하고 진중한 호흡으로 강인한 음향을 더한 불후의 명반이다. 이탈리안 지휘자들 중에서 그만큼 독일적인 정통파 해석을 구현하는 이도 드물다. 그가 남긴 말러나 슈만, 베토벤을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1988년 6월, 빈 무직베라인 실황을 담은 이 음원은 줄리니가 브루크너를 바라보는 시선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연주로 예스러운 프레이징이나 템포, 유장한 흐름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답답하고 지루하게 비춰질 순 있지만 줄리니는 시종일관 당당하게 '바로 이것이 옳다!'고 확고히 외치는 듯하다.
1악장과 3악장은 각각 [28:02], [29:30]의 러닝타임으로 다른 음원들에 비해서 5분 정도 길다. 무려 10분이나 더해진 전체 연주 시간은 약 70분에 육박해 지극히 예외적인 첼리비다케의 77분 연주를 제외하면 대단히 긴 러닝타임이다. 다만 2악장은 대부분의 연주들처럼 이 음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영혼을 지배하는 연주는 물리적인 길이와 관계없이 듣는 이의 심리적인 체계를 이끈다. 음악에 잠식된 정신은 시간의 흐름과 분리된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 머무르며 인간의 심리를 온전히 아우르는 것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완벽히 다른 차원의 이상적 세계를 구현하는 영혼의 음악으로 그 작품 안에서 어우러지는 미묘한 현상들은 <말러 교향곡 9번>처럼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이승 이후의 세상으로 향하는 인간 심리의 변화를 오롯이 담아낸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곡을 들으면 역설적으로 피날레를 완성하지 못하고 떠난 브루크너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코다의 기나긴 금관의 울림과 현의 깊고 그윽한 피치카토로 오롯이 이상적인 종결을 맺기 때문이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빈필하모닉의 브루크너는 이 작품이 추구하는 이상향에 절대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음원으로 모두의 필청반이라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