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Op.73
Piano/ Paul Lewis
Jiří Bělohlávek - BBC Symphony Orchestra
#PaulLewis #Beethoven
#JiříBělohlávek #BBCSymphonyOrchestra
폴 루이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 협주곡> 전집을 언박싱 후 선택했던 첫 곡은 "발트슈타인"과 "황제"였다. 이 두 작품은 내게 소나타, 협주곡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중 "황제"는 시작부터 무척 만족스러워 흥분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특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여전히 결정반이 존재하지 않는 곡으로 웬만해선 만족스러운 연주를 발견하기 어려운 희대의 걸작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초등학교 시절 나의 음악 인생, 그 운명적인 첫 장을 열어준 가장 소중한 첫사랑이 되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음원은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피아노, 오자와 세이지 지휘, 보스턴심포니 연주의 성음 테이프였다. 지금도 이들의 연주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으로 가슴 한 곳에 고이 남아있다. 그 이후에 들었던 수많은 연주들은 한결 같이 내 마음을 두드리지 못해 애를 태우다 바로 오늘, 폴 루이스와 이르지 벨로흘라벡, BBC심포니 연주를 마주하며 한 번도 이상적인 음원을 경험할 수 없었던 타는 목마름을 단번에 해소하는 기쁨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는 힘찬 도입부터 청명하고 상쾌한 음색으로 시작된다. 폴 루이스 연주는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이 우수수 쏟아지듯 아름답고 낭만적이며 이르지 벨로흘라벡이 지휘하는 BBC심포니는 날렵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강인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현악군의 거센 물결은 맑은 시냇물이 힘차게 흐르는 정경을, 목관은 한없이 깊고 따스한 소릿결을 들려준다. 격정이 몰아치는 순간, 그들의 변화무쌍한 표정 변화는 실로 경이롭다. 단단하고 뜨거운 오케스트라 위에 불꽃 튀는 피아노의 맹렬한 움직임은 그 자체로 아찔한 감동을 선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다지오'라 해도 손색이 없는 2악장 '아다지오'는 진정한 폴 루이스만의 진정한 음악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나치게 낭만적이지 않으면서 작품이 지니는 진한 서정과 사랑스러운 선율미를 오롯이 살려낸 탁월한 해석은 여느 음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상적 템포를 통해 결코 늘어지지 않으면서도 여유로운 흐름을 보이며 3악장 피날레로 쉼 없이 이어진다.
3악장은 강렬한 격정을 담고 있지만 흥분을 자제하며 지극히 안정적인, 그러나 경쾌함을 잃지 않는 절묘한 긴장을 선사한다. 폴 루이스는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에서 서로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는데 형식적인 차이가 있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의 절묘한 움직임은 강한 설득력과 융통성을 동시에 지녔다. 마치 온몸으로 노래하는 듯한 그의 연주는 서로가 즐겁게 대화하듯 오묘한 앙상블을 이뤄 벅찬 흥분과 감동으로 몰고 간다. 이는 그만의 독보적 강점이자 천재적 능력이다. 코다는 그가 이전의 연주에서 보여주었듯 악보 상엔 존재하지 않는 피아노 파트가 오케스트라와 총주를 이루며 극적인 포르테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