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루이스ㅣ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 4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Piano Concerto No.3 Op.37

Piano Concerto No.4 Op.58


Piano/ Paul Lewis


Jiří Bělohlávek - BBC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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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개인적으로 '가장 완벽한 음악 형태의 고전주의 협주곡'으로 여기는 작품이다. 어쩌면 5곡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구성적인 측면에선 가장 탄탄한 곡이라 생각된다. 그의 위대한 교향곡처럼 초기 협주곡이 지닌 모차르트 풍의 악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층 성숙된 베토벤의 고유한 음악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선율적, 감성적 완성도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작품이다.


예상했던 대로 폴 루이스와 이르지 벨로흘라벡, BBC심포니의 음악적인 궁합은 이 작품에서도 놀라운 완전체를 이룬다. 이전 리뷰에서 언급했지만 폴 루이스는 오히려 '피아노 협주곡'에서 더욱 찬란히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결과물이며, 이전에 들어본 <피아노 협주곡 5번>에서 무척 만족스러운 협연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전의 협주곡은 가히 필연적인 결과라 할 것이다. '협주곡 3번'의 2악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다지오', '5번'의 2악장에 버금가는 탐미적인 선율미로 가득하다. 청명한 피아노 위에 따스한 음색의 목관과 현의 피치카토가 어우러지는 절묘한 앙상블은 천국의 선율과 다름 아니다. 폴 루이스의 명징하고 맑은 타건은 현의 고혹적 보잉에 아름답게 녹아든다. 3악장은 작품 본연의 리듬감, 빠른 템포의 쾌감과 시원스러운 폭발력, 그리고 베토벤만의 감성이 녹아든 놀라운 음악성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폴 루이스 타건이 찬란히 빛나는 순간이 바로 여기다. 제법 단정하게 정돈된 틀 안에서도 자유롭게 비상하는 그의 연주는 가슴 벅찬 기쁨으로 다가온다. 이르지 벨로흘라벡과 BBC심포니는 적절한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협연자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짧은 카덴차 이후 펼쳐지는 장쾌한 코다는 악보에도 없는 피아노가 더해져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심히 만족스러운 연주를 만나기 어려운, 매우 여성스럽고 섬세하며 낭만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웬만해선 다른 곡에 비해 실연으로 접하기 쉽지 않은데 그만큼 온전한 연주를 완성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이 음원은 대부분의 연주처럼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이전 연주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갈한 음색과 담백한 접근법, 그리고 단정한 틀 안에서 이상적이면서 현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순간조차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앙상블의 전형이다. 이것은 폴 루이스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카덴차'는 자유롭지만 단아하고, 뜨거우면서 중후하다. 작품이 지향하는 해석의 접점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오케스트라의 상쾌한 서포트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소리는 그의 피아노 선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특히 늘어지기 쉬운 2악장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탄력성 넘치는 앙상블을 구사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활기가 가득한 3악장은 흥분과 열기가 이루는 감동이 사뭇 강렬하다. 극히 중용적인 그들의 연주는, 그러나 그 안에 또 다른 세계를 조명한다. 이들 특유의 안정감은 흔하게 느껴지지 않는 해석을 기반으로 섬세하고 성실한 연주로 승화되면서 청중의 강력한 공감과 열광을 이끌어낸다. 이 앙상블이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가슴 벅찬 감동과 은혜로운 성령강림을 경험한다. 뭔가 알 수 없고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놀랍고 신선한 기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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