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30 Op.109
Piano Sonata No.31 Op.110
Piano Sonata No.32 Op.111
Piano/ Paul Lewis
#PaulLewis #Beethoven
폴 루이스는 마지막 3곡의 소나타에서 그의 잠재된 다채로운 색채감을 오롯이 쏟아붓는다. 강렬하나 부드럽고, 진중하지만 날아갈 듯 가벼우며 무거우나 깊고 해맑은 소릿결에 느린 흐름 속에서도 순간이동처럼 강한 최면 속에 빠져든다. 그의 연주는 이 모든 반전이 담겨있다. 매 순간이 놀랍지만 코끝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자연스럽다. 바로 이것이 폴 루이스의 음악세계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 31, 32번>은 마치 연작인 것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하나의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다만 "마지막 소나타 32번"은 이전의 다른 소나타와 확연히 구별되는 매우 이질적인, 미래지향적인 면을 암시하고 있어 음악적인 대조를 이룬다. '거장적인 풍모로 열정적인 연주를 펼치라'는 작곡가의 지시가 이를 반증한다. 강렬한 환희가 사라지면 아련히 피어난 아다지오가 전 인류의 삶을 위로하듯 유유히 흐른다. 노래하듯, 춤을 추듯, 한없이 느리고 여린 선율 위에 순간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 이제부터 진정한 베토벤의 노래가 시작되는 것이다.
폴 루이스의 타건은 격정과 슬픔을 교묘하게 담아낸다. 이토록 오묘한 조화는 더 깊고 지독한 슬픔을 자아내 세상과 이별하는 베토벤의 슬픔을 그려낸다. 폴 루이스는 건반 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지만 그가 이전의 연주에서 보여줬듯이 지나치지 않은 완벽함으로 승화된다. 어느 한 음도 소홀함 없이 명징한 설득력과 믿음을 선사한다. '이별'은 고요하게 여운을 남긴다. 가녀린 서정성은 강렬한 공격성을 압도한다. 베토벤은 작별을 고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듯 그렇게 아련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