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소피 무터의 <비발디 '사계'>는 과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베를린필의 음원과 비교되며 <타르티니 "악마의 트릴">은 제임스 레바인과 빈필의 연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녀가 트론하임 솔로이스트와 녹음한 이 음원은 이전의 연주와 완벽하게 다른 질감을 지닌 결과물이고 호불호는 오롯이 감상자의 몫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나름 장점은 지녔으나 대단히 아쉬운 연주'이다. '파격이냐, 정석이냐'의 선상에 방향성을 잃은 위태로운 방랑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터가 이끄는 해석은 거장들의 탄탄한 서포트가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확고한 자기 세계를 펼쳐내지 못하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역으로 그런 자신을 안정감 넘치는 탄력적인 보잉과 앙상블로 응수한다. 무터는 거칠면서도 순간순간 뿜어져 나오는 서정성 짙은 우수가 매력적인데 이 연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단지 바로크 음악에선 그리 두드러진 인상으로 다가오지 않는 치명적인 면이 있기에 카라얀과 협연했던 "사계"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오는 변화와 성장통은 누구나 반드시 겪는 통과의례인 만큼 어느 한순간을 지나가는 무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음원인 것은 분명하다.
<타르티니 "악마의 트릴">은 앞서 언급했던 레바인, 빈필 연주를 빼놓을 수 없는데 한없이 유려한 빈필의 고혹적 사운드가 대단히 인상적인 음원이다. 챔버 오케스트라의 질감은 명징하고 세련된 빈필의 소릿결을 재현해 낼 수는 없지만 담백하면서도 안정적인 앙상블을 들려주고 있다. 무터의 거친 질감의 '악마적 기교'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후반부의 초고난도 카덴차 솔로는 무터 고유의 강인하게 뻗는 끓어오르는 텐션을 가득 담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만의 가장 독보적인 매력일 것이다. 코다의 폭발적 총주부는 말초적인 쾌감을 넘어선 벅찬 환희를 안겨주며 뜨거운 격정으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