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낙동아트센터 개관공연ㅣ말러 교향곡 8번
1.11(일) / 17:00
낙동아트센터 콘서트홀
작곡가/ 정수란
소프라노/ 박은주
소프라노/ 이윤경
소프라노/ 박나래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지호
바리톤/ 이광근
베이스/ 전태현
부산시립합창단
창원시립합창단
김해시립합창단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
강서구소년소녀합창단
지휘/ 백진현
연주/ 낙동아트센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정수란ㅣ관현악을 위한 '낙동강 팡파르' (위촉작)
G. 말러ㅣ교향곡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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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말러ㅣ교향곡 8번
G MahlerㅣSymphony No.8
낙동아트센터 콘서트홀은 987석으로 중극장 규모의 홀이다. 애초에 여기에서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곳 무대 크기에 맞춰 연주자 인원을 330명으로 조율했지만 곡의 스케일과 막대한 음향의 크기는 '낙아센 콘서트홀'이 감당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굳이 이 작품을 선곡한 의미는 너무나 분명했기에 개관 첫 공식 공연으로서 오래도록 기념이 될 그들의 선택을 오롯이 이해하며 존중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주는 첫 도입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1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의 오르간 음향은 볼륨도 지나치게 작았고 심지어 음정도 맞지 않았다. 2층 객석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광경이 있었다. 발코니 좌석의 우측엔 4대의 신디사이저와 금관군, 좌측엔 어린이 합창단이 자리했는데 문제는 이 신디사이저의 존재였다. 전자오르간도 아닌 신디 전자음향은 스피커 시설 없이 무대의 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공연장의 특성상 제대로 오르간 음향을 대체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고, 이들이 내는 다른 여러 특수악기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아 안타까움이 컸던 부분이었다.
어찌 됐든 이후 연주는 속사포처럼 흘러갔다. <말러 교향곡 8번>은 실로 거대한 음악이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8명의 솔리스트까지 필요한 인류 최대의 교향곡이다. 그러나 그 내부는 수많은 선율과 디테일이 녹아있고 저마다 가슴을 후비는 아름답고 고혹적인 소리로 가득하다. 그런데 오늘 지휘자는 그런 세부 요소들을 거의 뭉개고 저돌적으로 돌격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지극히 아리따운 선율들을 전면에 부각하면서 합창단의 고강도 파워로 앙상블을 이루는 시도는 좋았으나 문제는 서로 자연스러운 조합을 형성하는데 수많은 문제를 노출했다는 점이다. 지휘자의 비팅이 연주자 모두를 조화로운 하모니로 이끌지 못하면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 되기 십상이다. 비록 앙상블이 무너지는 위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위태했던 순간들은 종종 일어났다. 특히 2부에서 남성 성악진, 테너와 바리톤 솔로 파트는 가슴 졸인 순간도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시종일관 급한 가속을 가하면 솔리스트는 이에 따라가지 못해 자신의 파트를 한 마디 이상 누락하는 아찔한 실수도 있었고, 심지어 음정도 맞지 않아서 대단히 당황스러웠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고 모든 다수 연주자가 함께 참여하는 리허설을 진행해야 하는 극한 여건은 충분한 대비가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음을 안다. 그래서 오늘 이 정도 수준의 연주도 충분히 준수한 퀄리티라 생각한다. 공연 시작 전 진행자의 설명에서도 말했듯이 과거 <말러 교향곡 8번>의 국내 연주회 횟수가 불과 6회밖에 안 된다는 사실과 내가 지금까지 지켜봤던 실연들의 수준 역시 결단코 온전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오늘 공연은 연주력의 수준적 측면보다는 서울을 제외한 첫 지방공연이라는 의미와 콘서트홀 개관을 널리 알리는 의도가 더 크지 않나 생각된다.
1부의 피날레는 대단히 압도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부의 구성이나 예술성이 1부를 훨씬 상회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말러리안들의 생각은 나완 다른 의견도 제법 봐왔기에 이런 내 생각을 강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다소 불완전했던 1부가 이토록 강력한 종결을 이루면 나의 가치관도 살짝 흔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연주는 2부, 피날레가 더 압도적으로 만족감을 안겼지만 워낙 많은 카오스의 순간들이 스쳐갔기에 1부 연주에 좀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도입부터 제대로 망치긴 했지만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 교향곡은 실연에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다. 아니다. 온전히 실연을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연주해 주면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곡이기에 깊은 아쉬움과 쓰린 상처를 안겼어도 오늘 이 순간을 준비해 준 모든 연주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말러 교향곡 8번>은 올해만 총 5회로 유독 많이 연주된다. 1월부터 부산 낙동아트센터에서 두 번 공연됐고, 4월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솔-말러리안오케스트라가, 6월 부산콘서트홀에서는 홍석원-부산시향이, 9월에는 아트센터 인천에서 최수열-인천시향의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다. 거의 10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웠던 이 곡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격이다.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공연인만큼 모조리 찾아갈 생각이다. 오늘 이곳 낙동아트센터에서 이 곡을 만나니 새삼 반드시 가야만 할 강력한 의무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6월, 부산 공연은 파이프오르간이 등장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낙동강의 노을을 바라보면서 내가 멀리 이곳까지 달려와야만 하는 이유는 그저 단지 '말러'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열정 같은 부끄러운 단어보단 그저 당연함이다. 혹 언젠가 내게서 말러를 찾아가려는 의욕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내 삶의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기에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고 싶다. 부산에서, 그리고 서울과 인천에서 만나게 될 "천인교향곡"을 진심으로 기대하련다.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