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ㅣ말러 교향곡 9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G. MahlerㅣSymphony No.9


Simon Rattle - Wiener Philharmoniker


1993 Wien Live Recording


#SimonRattle #Mahler

#WienerPhilharmoniker


사이먼 래틀, 빈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9번>은 1악장 도입부, (약음기를 장착한) 호른 팡파르의 명징하지 못한 음색부터 불편한 의문이 생긴다. 이 작품 공연 실황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 음원도 1993년 12월 빈 무지크베라인 실황이다) 호른의 기술적 난이도 문제 여부를 떠나 음향의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건 의문으로 남는다. 전체적인 공간감이나 명징하지 못한 사운드, 각 파트별 균형감도 다소 아쉽다. [07:30] 이후 약 1분 여의 불안정한 앙상블도 뭔가 불안감을 안긴다. 사이먼 래틀 특유의 일사불란하고 쾌감 넘치는 말러와는 제법 거리가 느껴진다. 사실 1악장은 이 교향곡에서 가장 연주하기가 까다로운 부분인 만큼 파트별 문제점은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음향 보정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한 점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1악장 중반 이후부터 본 궤도에 오른 연주는 2악장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거는 듯하다. 빈필의 놀라운 기능성이 폭발적으로 불타오르는 기점인 순간이기도 하다. <말러 교향곡 9번>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서사 구조가 거의 흡사하다. 어둡지만 애수가 넘치는 1악장과 서글프지만 격정적인 무곡 같은 2악장을 지나 격렬하고 파괴적인 3악장, 그리고 한이 맺힌 통곡과 극한의 고뇌로 가득한 피날레가 그러하다. 분명히 래틀의 말러 해석은 개별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음악 스타일에 적합도가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2, 3악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며 거침없는 빈필하모닉의 극강 앙상블을 전면에 내세워 통렬한 대폭발을 선사해 훌륭한 쾌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들 음원의 중요한 핵심은 마지막 4악장에 있다. 여전히 음향의 결은 아쉬움이 있지만 극단적으로 정제된 현 앙상블은 가슴 한 편을 움켜쥐게 하는 울컥한 통한의 아픔을 절절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실연을 통해서만 이끌어낼 수 있는 독보적 정서이다. 상당 수의 동곡 음원이 실황의 기록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코다를 향해 나아가는 숨이 멎을 듯한 고요하고 장엄한 흐름은 래틀만의 깊이감으로 가득하다. 극한의 슬픔이란 격정적인 통곡과 흐느낌 이후에 찾아오는 어둡고 무거운 침묵이다. <말러 교향곡 9번>이 인류에게 전하는 죽음의 의미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다가오는 깊은 침잠의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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