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슈텐츠,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9번>은 러닝타임이 [78:12]의 쾌연이다. 슈텐츠 말러 해석은 거침없이 몰아치는 정공법을 구사하는데 이 연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1악장에서 보여주는 임전무퇴 (臨戰無退), 불굴의 정신은 가히 최상급이다. 그가 유독 서울시향과 말러를 연주할 때는 어찌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새삼 의문이 들지만 그와는 별개로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쾰른의 앙상블은 조금의 주저함도, 물러섬도 느껴지지 않는다. 짧고 굵게 끊어치는 속전속결 흐름은 다소 과하게 서두르는 듯하지만 폭발적이며 장쾌하다.
2악장 역시 쾌속 진행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데 전체 흐름의 밸런스를 고려할 때 2악장의 템포를 늦추는 것은 미하엘 길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길렌도 결국은 급가속을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여유는 슈텐츠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09:56~10:02] 이후 들리는 금관과 타악의 둔탁하게 들리는 사운드는 순간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곧바로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아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3악장은 마치 통렬하게 울분을 내지르는 듯한 슈텐츠의 지휘가 최적의 형태로 발현된다. 제임스 저드, 구스타프 말러 유겐트 오케스트라의 '파괴적인' 3악장을 떠올리게 하는데 다만 이미 전반 1, 2악장에서 충분히 달려온 탓에 막상 3악장이 전개되면 누적된 피로감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달리지 않을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가야 할 길을 꿋꿋이 질주한다. 코다의 파괴력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강렬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최후의 4악장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현악 앙상블의 향연이 고막을 강하게 때린다. '말러의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러가 전해주는 극적인 완서악장의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감정의 격한 충돌은 그 어떤 음악도 표현하지 못한 극한의 설움(恨)이 담겨 있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극강의 카타르시스는 극단적인 슬픔에서 오는 환희이다. 여기에 몰입되는 순간, 우리는 말러와 하나가 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슴속에 말러의 영혼이 오롯이 결합되는 쾌감은 형언할 수 없는 성령의 강림 그 자체이다. 연주에 임하는 모든 이들과 감상자 모두가 함께 느끼는 정서적 쾌락인 것이다. 현의 숨결이 선사하는 깊은 떨림과 여운, 그리고 무거운 침묵이 가져오는 가슴 벅찬 감동은 바로 이 연주도 예외 없이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