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축제] 최수열-부산시향ㅣ말러 교향곡 9번

by Karajan

#공연리뷰


[ 2023 교향악축제 ]

최수열-부산시향ㅣ말러 교향곡 9번


6.25(일) /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프라노/ 서예리

지휘/ 최수열

연주/ 부산시립교향악단


[ 프로그램 ]


W. A. 모차르트 ㅣ"환호하라, 기뻐하라" K.165

W. A. Mozart ㅣ"Exsultate, jubilate" K.165


G. 말러 ㅣ교향곡 9번

G. MahlerㅣSymphony No.9


< Encore >

R. 슈트라우스ㅣ내일 (편곡: 황선영)

R. Straussㅣ'Morgen' for Soprano & String Orchestra


#말러 #모차르트 #Mahler #Mozart

#서예리 #최수열 #부산시립교향악단



W. A. Mozart ㅣExsultate, jubilate K.165


소프라노 서예리는 엠마 커크비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를 지녔다. 그녀의 소리는 성량이 크거나 부피감이 있지는 않지만 섬세하고 고혹적인 소릿결은 모차르트나 바로크 음악에 적합하다. 전반부에 연주된 <모차르트 "엑슐타테 유빌라테">는 맑고 단아한 목소리의 서예리에겐 딱 맞는 선곡이었다. 명징하고 강인한 소릿결은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이 지닌 극명한 장점을 가장 곱고 아름다운 형태로 극대화하여 드러낼 수 있는 소프라노였으며 모차르트에 어울리는 그녀만의 해석과 부산시향의 감각적인 반주로 유려하고 맑은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오랜만에 실연으로 들어보는 모차르트 음악의 진수였다.


G. MahlerㅣSymphony No.9


후반부 메인 곡인 <말러 교향곡 9번>은 부산 연주에 비해 분명 '진보된' 연주력이 느껴졌다. 전반적인 템포는 보다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었고 이전에 드러났던 아찔했던 큰 실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절치부심했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뜻일 것이다. 다만 잔실수는 종종 눈에 띄곤 했는데 연주에 그리 큰 장애요소는 아니었다. 특히 1악장과 3악장의 합주력과 완성도는 분명히 좋아진 모습이었고 3악장 후반부의 아찔했던 초고속 앙상블은 놀라운 쾌감을 안겼다. 다소 긴장감이 떨어졌던 2악장은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탄탄하고 조직적인 앙상블로 거침없는 연주를 선보였다. 마지막 4악장에서 처절한 애통함을 강한 필체로 휘감으며 또 한 번 그날의 격정을 오롯이 재현해 주었다. 호른을 비롯한 트럼펫과 트롬본 등 모든 금관 파트의 폭발적인 대활약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죽음을 작정하고 전쟁터로 달려온 굳은 표정의 장수를 목격하는 듯했다. 탄력적인 강도로 타격하는 팀파니의 활약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연주에 텐션을 더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고 두드러진 음색이 귓가에 강렬히 꽂혔던 목관 파트의 선전도 잊을 수 없다. 악장과 부악장, 비올라, 첼로 수석의 솔로 연주는 오늘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고혹적인 선율미를 유감없이 뽑아내 주었다. 최수열 지휘자의 자신감 넘치는 비팅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그가 무대에서 유독 대곡을 종종 선보이는 이유도 본능적인 자신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완성도가 뒷받침된 오늘 같은 연주에서는 심리적인 시너지가 더욱 큰 결과로 발현되는 느낌을 받는다. 부산 공연 이후 열흘 만에 다시 만났던 오늘, 앙상블을 가다듬고 칼날을 갈아 지금의 이 자리에 섰기에 보다 확신에 찬 지휘와 해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리라.


피날레로 향하면서 서서히 무대 위 조명이 어두워진다. 마지막 현이 조금씩 사그라지고 지휘자의 손짓은 미동을 멈췄지만 어둠 속에서 숨 막히는 침묵은 이어졌다. 그러나 1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던 시점에 3층의 한 젊은 청년이 홀로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바로 뒷 좌석의 한 여성분이 그를 제지했으나 그 관객은 박수를 멈추지 않는다. 잠시 후 그치긴 했지만 곧이어 3층 앞 좌석 어딘가에서 박수를 치는 빌런이 또 등장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서울의 관객 수준은 단 그 두 사람으로 인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것이다. 2천 명의 관객과 지휘자, 그리고 연주자에 대한 명백한 테러였고 몰지각한 악마적 행위였다. 간단하다. 98%의 정상 관객 사이에 2%의 악마들이 연주자와 많은 관객이 최선을 다해 쌓아 올린 감동을 순식간에 무효로 만든 것이다. 세상은 이토록 어이없는 메커니즘을 가진 구조물이다. 모든 실패는 1~2%의 결함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그 누구에게 하소연해봐도 소용없는 것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한 번 무너진 구조물은 다시 쌓을 수 없다. 감정이란 것은 무 자르듯이 잘라낼 수 없는 탓이다. <말러 교향곡 9번>은 5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이다. 그 마지막 악장은 "침묵 악장"이다. 그러나 마지막 악장이 처참하게 무너졌으니 오늘 연주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그것은 치명적인 2%의 결함 때문이었고 우리 사회가 지닌 막을 수 없는 고질병이다.



R. Straussㅣ'Morgen' for Soprano & String Orchestra


지난 6.16 부산문화회관 공연에서도 앙코르로 연주됐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내일">은 전반부에서 모차르트를 협연했던 소프라노 서예리가 함께 무대에 올라 완전체로 선보인 특별한 순간이었다. 현악 오케스트라와 서예리의 앙상블은 지극히 아름다운 작품을 더욱 눈부시게 했다.


올해 부산시향 임기를 마치는 지휘자 최수열이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향후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오늘 훌륭한 연주를 선사해 준 부산시향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져간다. 부산에서 경험했던 그들과의 황홀했던 만남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조만간 다시 부산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부산시향 연주회를 끝으로 25일간 펼쳐진 교향악축제의 대장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지방악단의 최선을 다한 열띤 경연이 올해도 성공적으로 치러진 듯하다. 그러나 남은 숙제는 많다. 그것의 8할은 관객의 몫이다. 연주의 질은 월등히 높아졌으나 청중들의 질은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니 이는 문화 예술을 온전히 향유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예술적인 질이 높아진 만큼 이젠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의 질을 뼈저리게 반성해 볼 때다.


6.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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