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이 유독 쇼팽에 강한 이유는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라는 커리어 때문만은 아니다. "Seong-Jin Cho"의 "Cho-pin"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은 이미 독보적 경지에 이르러 깊고 강한 아우라를 지닌 탓이다. 전 세계가 이미 그의 연주에 매료되어 모든 지구인이 인정하는 살아있는 최고의 쇼팽 권위자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쇼팽 스케르초 1, 2, 3, 4번>은 그의 타건에서 볼 수 있듯 달콤한 낭만성과 격정적 파워를 형이상학적으로 배합한 연주이다. 조성진이 온몸으로 들려주는 격정적인 타건은 자유롭고 서정적인 음색을 동시에 지녀 그만의 환상적인 연주력을 새삼 실감케 한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개인적으로 1번보다 더욱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비해 담백하지만 2악장은 오히려 풍미가 진한 깊은 맛이 난다. 조성진의 최대 묘미는 단아함에서 비롯된 다채로움이다. 기대 이상의 타격감과 스피드, 그리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안정된 해석 속에서 쏟아내는 의외의 변화무쌍함이 뜻밖의 환희를 선사한다. 1악장 도입은 다소 평범하지만 지아난드레아 노세다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의 강력하고 단단한 서포트에 힘입어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조성진의 화려한 춤사위는 쇼팽의 본질성, 그 자체이다. 이어지는 2악장 '라르게토'는 조성진만의 해맑고 깨끗한 사운드와 몽환적 색채감을 통한 엑스터시의 결정체이다. 그렇지만 결코 이성을 잃지 않는 단호함과 격정을 겸비하고 있어 설득력이 강하다. 3악장은 그만의 타고난 음악적 감성과 테크닉을 오롯이 건반 위에 수놓으며 지극히 쇼팽다운 연주를 선사한다. 노세다와 런던 심포니의 든든한 지원 사격, 그 위에서 최상의 기량을 불태우는 '거장 조성진'의 모습은 놀라우리만치 황홀하다.
<쇼팽 에튜드 12번>은 그가 쇼팽 안에서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접게 한다. 그야말로 쇼팽의 음악 속에 있어야 할 모든 필수 요소가 담겨있는 연주이다. 마치 리사이틀 후 앙코르 연주처럼 이어지는 <쇼팽 즉흥곡 1번>, <쇼팽 녹턴 2번>은 80분에 육박하는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선곡으로 섬세한 해석과 음악적인 감성을 통해서 무한한 기쁨과 말끔하고 고혹적인 여운을 안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