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지메르만과 레너드 번스타인, 빈필하모닉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전설의 레퍼런스 음원이다. <피아노 협주곡 1, 2번>은 1990년, 번스타인이 갑자기 서거하면서 전곡을 완결하지 못하자 지메르만이 피아노와 지휘까지 맡아 영상과 음원 전집을 완성하였다. 번스타인과 함께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3, 4, 5번>은 1989년, 빈 무직베라인에서 기록된 실황이다.
지메르만은 <피아노 협주곡 1, 2번>의 피아노와 지휘를 맡아 대단히 자연스러운 흐름을 구사한다. 반면 베토벤 초기 협주곡에 내재된 모차르트적 성향을 과감히 지우고 적절하게 무게감을 불어넣는다. 후기 협주곡과 비교되는 극단적인 이질감을 지양하고 번스타인 해석과 동질감을 추구하는 의도가 이 연주 안에 담겨있는 듯하다. 그러나 건반 위에서 춤추는 지메르만의 손길은 이전의 연주보다 자유롭다. 사색적이면서 여유로운 흐름은 작품의 성향과 일치한다. 번스타인의 부재는 이 연주를 탄생하게 만든 숙명적인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피아노 협주곡 3~5번>은 번스타인의 스타일이 더해진 진국의 사운드가 지메르만의 기량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후기 협주곡은 완연히 베토벤 고유의 악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그래서 다이내믹과 작품 구성의 비약적 발전을 느낄 수 있는데 완서 악장의 낭만성은 더욱 짙은 감성과 아름다움으로 감상자 모두를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5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다지오"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극히 성스러운 선율을 담고 있다. <피아노 협주곡 4번> 역시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스러움은 여느 협주곡을 능히 압도한다.
지메르만과 번스타인 조합은 이상적 만남이었고 최선의 결과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느 부분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앙상블은 번스타인 역시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기에 지메르만을 배려하고 독려할 수 있었던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 음원의 완성도는 "전설적"이라는 단 한마디로 갈음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구할 수 없었던 이들의 음원이 다시 풀려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극히 귀한 베토벤 음반으로 누구나 필수적인 소장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