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르트 A. 크로포트킨은 러시아의 아나키즘 사상가이자 혁명가다. 그는 지리학ㆍ동물학ㆍ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이고 모스크바 귀족 가문의 귀족이었지만 평탄한 삶 대신 혁명의 전사로 살았다.
크로포트킨은 중앙정부의 구속을 받지 않는 해방된 공동체 사회를 꿈꿨다. 그런 그이기에 아나키즘에 집중했고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저서는 아나키즘의 과학적 토대를 부여한 기념비적 저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동물학자답게 동시베리아와 북만주를 여행하면서 동물의 삶을 관찰하게 되는데, 혹독한 지역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동물들의 생존투쟁에 있어 다윈주의자의 이론과는 달리 같은 종의 동물들이 생존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혹심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다윈주의자들은 동물들이 같은 종 내에서 먹을 것과 생명을 확보하기 위해 무서운 경쟁을 벌이며, 새로운 종의 진화에서 이런 식의 경쟁이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주장했지만, 안타깝게도 크로포트킨이 목격한 것은 동물들이 '상호부조'와 '상호지원'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윈주의자들의 주장에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크로포트킨의 목격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동물학자인 케슬러 교수의 주장이었다. 그는 1880년 1월 러시아 박물학자 대회에서 "상호부조의 법칙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자연계에는 '상호 투쟁의 법칙' 외에 '상호부조의 법칙'도 존재하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것과 아울러 특히 종들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상호부조의 법칙이 상호 투쟁의 법칙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람들이 서로 돕고, 짐승들이 서로 적으로부터 함께 싸우는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다. 사랑보다 훨씬 폭넓은 느낌이나 본능으로 무한히 넓은 감정이다. 이것은 대단히 긴 진화 과정에서 동물과 인간 사이에 서서히 발전해 왔으며, 이 본능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상호부조와 지원의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힘을, 사회생활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기쁨을 가르쳐줬다.
굥과 그의 아내와 그의 장모는 이런 훈련을 거친 종이 아니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이 아닌 예외적인 투쟁의 종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결코 상호부조의 그런 기쁨을 맛보지 못한 탐욕의 괴수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