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쉬는 시간, 인터미션 같은 곡이다. 3번 '새들의 심연'의 긴 클라리넷 독백 후 메시앙은 실제로 관객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 곡을 넣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 작은 파티가 떠올랐다. 혹은 즐거운 피크닉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음악을 들으며 귀를 사로잡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것같은 이 소풍에 2번 '시간의 종말을 선포한 천사의 보칼리제' 속 천사의 등장을 알리는 클라리넷의 멜로디가 곳곳에 튀어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유독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메시앙이 직접 노트에 남긴 내용은 아니지만 뮤비 제작을 위해 과감한 각색을 해보기로 했다.
1. 이것은 그냥 파티가 아니다!
작품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의 배경이 된 요한계시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간주곡은 우리네 삶과 닮은 점이 많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죽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이 세상은 소풍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간주곡과도 같다.
영상 속의 럭셔리한 파티 세트와 소품들은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상징한다. 흔들리는 촛불, 썩어버릴 음식, 시들어버릴 꽃,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소멸한다. 값비싼 옷과 장식품 같이 언젠가는 썩어 없어질 것들을 열망하는 인간은 마치 죽음을 향해 가는 체스 판 위의 말과 같다.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체는 없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어떤 존재이며 진정 영원한 것은 무엇인가?
2. 유한한 것의 아름다움
파티는 언제나 즐겁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그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도 그렇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이 영상에서 크리스털 상자는 여전히 '시간'을 의미한다. 이 '시간' 역시 종말을 앞두고 있다. 먹고 마시는데 집중하는 듯했던 이들은 크리스털 상자를 향해 잔을 든다. 유한하기에 더 값지고 소중하며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위한 건배다.
3. 예수를 위한 성찬식
이 곡은 바로 이어지는 5번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찬미가'를 준비하는 성찬식이기도 하다. 십자가에서 죽은 어린양 예수는 인류의 구원을 위한 신의 번제물이었다. 십자가의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던 예수는 유대인들에게 잡혀가기 전 제자들과 빵과 포도주로 성찬을 나눴다. 해서 성찬식 신을 통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영원한 사랑을 완성한 예수의 모습을 예고하고자 했다.
Special Point!
영상에서 빵을 나눠주는 남자는 바로 이어지는 5번 곡에서 예수의 영원성을 대변하는 첼리스트 임재성이다. 함께 빵을 나누는 사람은 2번 '시간의 종말을 선포한 천사의 보칼리제'에서 천사를 상징하는 피아니스트 김가람,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오는 '검은 티티새'를 연주한 플루티스트 황효진이다.
사실 연주자가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영상감독들의 걱정이 컸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우리는 이 날 신나게 포도주스를 들이키며 30분 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