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백한 책생활 Apr 02. 2024

사월의 책

《환희의 인간》,  《모월 모일》,  《청춘의 문장들》

4월은 설렌다. 봄밤, 벚꽃, 분주한 3월을 지나 조금은 즐거워질 것 같은 기분. 사람 마음이란 비슷한 것인지 4월과 관련된 글도 많다. 하루키의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서정적이고 청명하고 로맨틱해. 보뱅과 박연준, 김연수도 빠질 수 없다.



“당신만 괜찮으시다면 파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사월의 신선한 아침에 맞이하는 그 푸르름 말입니다.”

 _크리스티앙 보뱅 《환희의 인간》


“봄이에요. 사월이고요. 단 하루도 슬프게 지내지 않을 거예요. 나무를 실컷 보겠습니다. 내 쪽으로 옮겨 심고 싶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흙처럼 붉은 마음을 준비하겠어요.”

 _박연준 《모월 모일》


“4월이 되고 골목길 담장 너머 목련이 두릿두릿한 눈으로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고 시장에 딸기가 쏟아져 나오면 내 마음은 풍성해진다. 또다시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또다시 4월‘인 셈이다.”

_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봄은 돌고 돌아서 30대 후반이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앞자리가 바뀌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다소 무거웠던 20대 후반에 그랬고 10년이 지났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읽고 있다는 것.


“세상의 말에 주눅 들지 말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렴. 너는 충분히 그럴 능력과 자격이 있다. 나는 그런 너를 죽을 때까지 응원할 것이다.”


3월의 마지막 날에는 이런 문장을 읽었다. 정신건강 전문의 한성희 저자의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20대 때 읽은 무시무시한 제목의 자기 계발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이후로 나이가 제목인 책은 손댄 적이 없는데 30대 후반이 맞기는 맞나 봄. 일요일 아이 둘 데리고 아쿠아리움 가던 길 조수석에서 읽다 눈물이 났고 남편이 볼까 봐 얼른 닦았다. 공감을 기대하기엔 머나먼 T형 당신. 나를 변함없이 ‘읽는 인간’이게 하는 일등 공신. 늘 고맙다. ^^^


마흔은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수용하는 나이다. 역할과 기대에 부응해 온 어른에게도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뻔한 말에 위로받았다. 의무이행에만 몰두하면 공허해질 수 있으니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놓치지 말 것.

제목만큼 과한 응원을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고. 마음이 쭈그러들 때 열어봐야지. 거의 매일 읽을 기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로가 됐던 문장은, “인생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평온예찬 스토아철학이 떠올랐던.


기분과 상관없이 일상은 반복된다. 사월에도 변함없이 새벽 달리기 88일 차. 아이의 기침으로 강제 미라클모닝한 4월 첫날 아침에는 이런 문장을 읽었다.


거피취차(去彼取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상에 취하지 말고 일상에 몰두하라. 딴 데 기웃거리지 말고 눈앞의 일, 지금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을 다하라는 말 아닐까. 설레고 무탈한 4월을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