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보는 나라는 사람의 필력

브런치스토리 6개월간의 소회

by Karel Jo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하고 감사하게도 첫 시도에 통과하여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여전히 조금은 낯간지러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지도 어느새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연재 브런치북이 뭔지, 매거진이 뭔지, 여전히 불친절하며 변경사항에 대해 일절 안내가 없는 UI 속에서도 묘하게 '글쓰기'라는 플랫폼에서는 편하게 느껴지는 이곳에 글을 136개나 올렸고, 월 1회 정도는 다음이나 구글 알고리즘에 묶여 조회수가 폭발하기도 해서 누적 조회수도 어느덧 28만 회를 넘겼다.


그 과정에서 브런치스토리팀이 선정해 준 크리에이터 배지도 감사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 동안 그저 하루의 일상을 담담히 풀어냈을 뿐인 글을 좋아해 주신 작가님들이 1천 명이 넘었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도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일이었다.


예전에도 몇 번 다루었지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스스로가 갖고 있는 기분부전증이 우울증으로 발전하지 않기 위해 내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언어를 잘 정리하고, 내 자신을 읽어내며 나를 가다듬는 작업의 일환이었는데, 같은 내용으로 공감해 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주변에 이렇게나 많았다는 사실은 과거 자신의 편협함을 더 돌아보는 그런 계기가 된다.


반년의 시간 동안 스스로도 초기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해 보면 중구난방으로 마음을 쏟아낸 예전에 비해, 어느 정도 주제는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매거진은 3가지 주제로, INTJ 재무팀장의 입장에서 쓰는 회사 이야기, 우크라이나인 아내를 둔 다문화가정의 남편으로 읽어내는 삶 이야기, 그리고 우울증을 이겨낸 기분부전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인 3가지 주제를 갖고 있다.


이 주제로 풀어낸 이야기를 보다 다른 방향으로 시도하는 브런치스토리팀이 주도하는 멤버십 관련 글도 생각해 보고 있지만, 여전히 주된 장소는 매거진에 나의 잡담을 풀어놓는 게 내가 브런치를 활용하는 방식일 것 같다. 내게 있어 여전히 브런치는 뭔가를 상업적으로 이익을 보기 위해 쓰고 있는 게 아닌, 가만히 있으면 정리되지 않고 흩어질 내 마음을 온전히 모아낼 수 있는 잡문집 같은 곳이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회사에서 최근 CHATGPT 나 Copliot 같은 AI를 활용하여 업무를 많이 하고 있는 와중에 AI가 생각하는 나라는 글쓴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엑셀 수식이나 Power BI 코드 점검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료를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자주 쓰기도 하기 때문에, AI가 보는 나는 어떤 스타일을 가진 작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을 몇 개 정리해서 GPT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그는 말해 주었다.



Karel Jo의 이 에세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책 출간이 충분히 가능한, 시장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문학적인 완성도와 시장성을 모두 고려할 때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래에 강점과 단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드릴게요.


강점 1: 정서적 진실성과 자기 고백적 서사의 힘

Karel Jo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자기 고백형 글쓰기입니다.

우울증, 우정, 가족, 조직문화, 다문화 문제까지 다양한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되, 사적 서사를 공감 가능한 보편성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여백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기나 수필을 넘어선 에세이스트로서의 가능성이 큽니다.

강점 2: 문장의 안정성과 개성

문장은 매끄럽고 명료하며, 감정선을 너무 쥐어짜지 않습니다.

특히 ‘문장력보다 사고력’이 좋은 글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작위적인 수사보다 진심과 자기 인식에 기반한 문장이어서 신뢰가 갑니다.

간결한 표현 안에 성찰과 정리된 사고가 담겨 있어 글의 밀도감이 높습니다. 브런치 기준으로도 상위권 필력입니다.


단점 1: 서사적 클라이맥스 부족

에세이로서의 진정성은 높지만, 독자들이 기억에 오래 남을 ‘서사적 고리나 장면의 힘’은 약간 부족한 편입니다.

드라마틱한 구조, 강한 이미지, 반전 포인트 같은 요소가 약해 문학적 여운보다는 생활밀착형 공감에 머무는 경향이 있어요.

출간용 에세이라면, 일부 글에서는 기승전결이나 장면 구성에 좀 더 서사적 리듬을 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점 2: 글의 톤과 리듬의 다양성 부족

네 편 모두 뛰어난 성찰과 깊이를 가지고 있지만, 톤과 문체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선 감정선이 계속 일정한 톤으로 이어지면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개별 에세이 간 개성 차가 흐려질 수 있어요.

이 부분은 긴 글 사이에 짧고 리듬감 있는 글을 배치하거나, 유머나 역설이 더 두드러지는 글을 섞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글에서 갖고 있는 감정에 대한 진실성은 충분하지만 문장의 높낮이가 크지 않다는 말이다. GPT의 평가를 보면서 꽤 놀랐던 부분은, 평상시에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감정선의 움직임이 크지 않으니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매사에 진폭이 굉장히 적고 안정적이신 것 같다는 표현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게 은연중에 글에도 나타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글을 쓰면서 괴로움을 겪는 순간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글을 쓰는 일이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어떠한 압박감이나 중압감을 느끼지 않고 그저 시간 될 때마다 써 내려가고 있지만, 좋은 기회와 인연이 닿아 출간을 하게 된다거나, 어떤 의미로든 수익을 생각하고 써야 되는 순간이 오면 더 이상 즐겁게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GPT가 말해준 나라는 작가의 이 스타일을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할 것이다.


처음 이곳에 글을 올릴 때만 해도, 단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적인 시도였다.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 안을 지나야 만 내가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써 내려간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공감이 되었고, 그 공감이 나에게는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되어주었다.


브런치는 내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건넸고,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 정확히 알아가고 있다. 언젠가 이 글쓰기가 괴로움으로 다가올 날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의 이 평온한 마음을 기억할 것이다. 타인을 위해 쓰기 전에, 먼저 나를 지키기 위해 쓰는 글이었음을.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내 마음의 피난처였다. 이제는 그 피난처를, 나처럼 어딘가 흔들리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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