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NTJ 팀장, ESFP 팀원이 일하는 법

정반대의 위치에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by Karel Jo


내 MBTI는 INTJ다. 요즘은 꽤 한물 간 한때의 혈액형 같은 검사 결과가 되었지만, 여전히 한 사람의 성격을 규격화하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폭넓게 자기소개에 통용되곤 한다. 몇 달 전 회사에서 colour insight discovery라는 검사를 했었는데, 거기서의 나의 성향은 blue(give me detail)였다.


다시 말해, 소위 나는 결과지향적이고, 논리를 추구하며 대외생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의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일을 처리하는 체계와 순서를 먼저 구축한 뒤 그 시나리오대로 일이 흘러갔을 때 적잖은 쾌감도 느낀다. 대학교 시절 때 조별과제에서 다른 팀원들이 내 학점을 망칠 걸 방지하기 위해 혼자서 발표까지 다 처리할 그런 사람이다.


2025년, 21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요구되는 '팀장'으로서는 그다지 걸맞지 않은 성향일지도 모른다. 이제 팀장이나 그와 비슷한 리더라는 위치는 예전과 달리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존재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나 자신 자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팀장이라는 직책은 꽤 도전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매일매일이 큰 도전이다.




나에게는 네 명의 팀원이 있다. 곧 한 명은 개인사유로 떠날 예정이고, 다른 한 명을 충원하기 위해 여러 명 면접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쨌든 내게 주어진 정규 TO는 4명이다.


공교롭게도,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은 E성향이며, T보다 F가 더 많다. 많다기보다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렇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중 2명은 나와 정반대인 ESFP고, insight 검사 결과 또한 blue의 반대척점인 yellow 가 나왔다. 팀원 중 한 명은 그래프 자체가 아예 나와 등만 맞대고 반대로 그려지게 성향이 나왔기에 보고 헛웃음 지었던 기억이 난다. 더 황당한 건 그 팀원을 내 손으로 채용하기로 결심한 순간엔 그런 성격적 차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거겠지.


팀의 업무 목표는 모두에게 동일하겠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식은 개개인마다 다른 법이다. 정해진 트랙을 달려야 하는 달리기나 운동 시합 같은 게 아닌, 목적지를 가기 위해 최단거리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적의 편의성을 고려해서 다소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이동이 편한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의 차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내가 팀장이지만, 팀장과 성향이 정반대인 우리 팀원들과의 사소한 충돌도 꽤 많은 편이다. 감정적으로 싸운다는 말도 아니고, 나는 지금 나의 팀원들과 일하는 것이 정말로 즐겁지만, 만약 우리가 회사가 아닌 대학교 선후배 관계 같은 거였다면, 그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지만 그들 또한 나와 선을 긋고 거리를 두었을 거라 확신한다.


대부분 충돌이 일어나는 점은 일을 대하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동남아 지역에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계획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할 때, 나는 모든 일이 내 체스판 위에 올라와 있기를 바라면서도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굳이 들을 생각이 없다. 그래서 때로 그 일이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되면 때로 나는 '그걸 왜 나에게?'라는 표정으로 의아해할 때가 있다.


그리고 팀원이 진행하는 모든 일에 팀장이 연관되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나는 그다지 공동체 의식이 없는데도 한 팀의 장을 맡고 있는 아이러니한 사람이고, 나의 이런 반응에 '팀장의 의견' 및 '팀장에게 보고'를 수행한 팀원들은, 나의 -_-? 이란 표정을 보며 내가 그들의 일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충돌은 일의 잘함과 못함,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성향 차이를 메꾸지 못한 간극을 그저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차오를 때 별이 그 옆을 밝혀주며 해를 몰아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다름을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고 서로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다툼이라고.




다행히 몇 가지 리더십 교육을 통해 사회화가 덜 되었던 초보 팀장인 나는, 정반대의 사람들을 공통된 목표 의식 하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현실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법도 두어 가지 말해 볼까 한다.


1. 적어도 달 1회는 1on1을 진행한다

1on1, 이른바 면담은 우리에게 참 어색한 것이다. 학생 때부터 면담이란 약간 내가 뭔가 잘못했을 때 불려 가서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걸로 이미지화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면담이란 다른 말로 하면, 그저 대화일 뿐이다. 업무적인 내용이 아니라, 같이 직장생활을 하며 힘든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의 상황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물론 면담이 한 사람, 특히 팀장만 계속해서 말하는 시간으로 흐른다면 그건 꼰대의 훈계와 질책의 시간이지 면담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런 면담이라면 아무리 해도 정반대의 간극을 메울 수 없을 것이다. 면담에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은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말의 원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2. 서로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말해 그라운드룰을 정한다

보통, 시간이 지나고 편해질수록 우리는 말이 짧아지게 된다. 마치 그것은 아내에게 아무런 문장을 말하지 않고 "아아 그거 그거"만 얘기해도 인생의 동반자답게 찰떡같이 알아듣고 서로 원하는 걸 바로 눈앞에 들이미는 텔레파시 같은 것으로 소통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무리 회사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내며 가족보다 더 동고동락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들, 사회에서 만들어진 페르소나끼리의 만남의 이면엔 서로 아직 충분히 보이지 못한 어두운 진심이 깔려 있게 된다. 그러니 더더욱 이 정도면, 이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면 날 이해하겠지?라는 생각에 배신당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회의든 업무 보고든 맨 마지막엔 항상 내가 원하는 바를 정리해서 얘기하곤 하며, 팀원 또한 나에게 바라는 것은 없는지, 오늘 내 톤이 너무 강해서 상처입고 하진 않았는지, 내 표현에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물으며 서로의 요구사항을 확실히 해 둔다. 아직까지는, 꽤 효과적인 것 같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전갈자리 남자, 물고기자리 여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 다룬 사람의 심리에 대한 대표적인 책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책까지 나오는 걸 보면 사람은 의외로 자기 반대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끌리는 그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팀원과 팀장의 성향이 정반대기는 해도, 나 또한 가끔 팀원들이 나랑 비슷한 성향이었다면 업무 효율이나 성과는 지금보다 좋았을지도 모르겠으나, 팀의 케미나 분위기를 생각하면 굉장히 삭막한 부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지금 당신의 팀에도 비슷한 사람만 있다면, 정반대의 사람과 분위기를 반전시키면 어떨까? 그럴 때 이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