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면서, 항상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첫째
둘째를 갖고 싶어 했던 아내의 소망에 따라 두 번째 행복을 우리 가족의 품으로 들여오기로 결정했던 그 순간 이후로, 생각보다 빨리 문을 두드린 둘째의 성별도 딸로 확정되던 날에,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넌지시 걱정의 말을 건네는 분이 있었다.
첫째가 질투가 심할 수 있어, 자기가 많이 신경 써줘야 해~
그 말을 듣고 나니, 별 생각이 없던 나에게 고민의 씨앗이 피어올랐다. MBTI에서 파워 N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어떤 상황이 주어지자 머릿속에서 상상력이 풀가동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내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 난 동생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아빠는 동생만 좋아하고 나는 왜 싫어해?'
'아빠 미워, 아빠가 하는 말 안 들을 거야!'
그러면서도 때때로, 과연 내가 태어났을 때도 누나들이 나의 탄생을 질투하며 부모님의 관심을 갈구했을까? 사진만 놓고 보면 우리 셋은 너무 따로 놀았던 모습만 보이는데. 하며 스스로의 과거를 회상해 보다 생각을 접었고, 아내에게도 도움을 청해 보았지만 외동인 아내는 나보다 경험이 없었고, 책에서 그런 걸 읽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뿐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했다.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며 그렇게 둘째 아이가 무사히 우리 가족의 품으로 온 날에, 입원하는 동안에는 부모님께 첫째를 맡기고 아내의 몸조리에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고 조리원으로 올려 보낸 뒤 10일 동안 첫째와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산부인과에서 찍은 아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네 동생이야"라고 말했을 때, 첫째의 반응은 다행히도 "너무 귀여워! 빨리 보고 싶어"였다.
물론, 매일 엄마와 시간을 보낸 첫째에게 엄마 없는 열흘은 굉장한 슬픔의 시간이었다. 짧은 면회를 마치면 풀 죽은 채로 집으로 걸어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매일 새로운 간식을 사 주어도, 저녁에 또 영상통화를 마치면 "엄마 보고 싶어"하고 품에 안겨 우는 아이를 달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때, 내심 진지하게 둘째가 집에 오면 아이가 질투를 심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가고, 아내와 둘째가 집에 들어오게 된 첫날 아기 침대에 눕혀놓고 조곤조곤 잠을 재우고 있는 내 옆에서 첫째가 귓속말로 살며시 말했다.
"아빠, 아기가 너무 작아서 부러질 것 같아. 근데 너무 귀여워"
고새 잠든 둘째 아이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첫째 딸의 손을 살며시 이끌어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게 하였고, 첫째는 배시시 웃으며 기분 좋은 듯이 방을 뛰어나갔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만큼 첫째 딸은 둘째에 대한 큰 질투를 보여준 적은 없는 의젓한 장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때로 퇴근 후 먼저 내 무릎에 앉는 아기를 보며 입을 비죽이고 "왜 아빠는 나랑 안 놀아줘"하고 투정을 부리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동생을 아껴 주고 안아 주고 자기 물건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어린 나이에 벌써 이렇게 감정을 죽여도 괜찮을까 싶은 안타까움도 살짝 들곤 한다.
예전에는 감히 와닿지 않았던, 흔히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첫째의 동생에 대한 이 손길과 애틋함으로 나는 딸아이에게 그 내용을 배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작고 조그마한 아이인데도, 어른 못지않은 큰 사랑을 동생에게 표현하는 첫째를 보며 참 대견함을 느낀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지금 이 아이가 나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 주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매일 다짐하게 된다. 부모님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 왔기에 그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음에도 어떻게 줘야 할지 잘 모르던 서툰 아빠는, 이제는 딸에게서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