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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홈 Jul 09. 2020

타이동으로 떠났다

원주민의 자취와 향기를 느껴보려고

간밤에 숙소 옆방에서는 12시 무렵 어린아이가 울었다. 일반적인 잠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족은 밤 11시에 온 가족이 돌아가며 씻기 시작했고, 12시에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울었다. 아이를 둘이나 키워본 바로 아이 울음은 같은 부모로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11시에 씻는 건 좀 아니다 싶다. 아이도 있는데 뭐하다가 그 시간에 씻는단 말인가? 그래 그것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 집 문화라고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 가족이 몇 시에 씻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거다. 왜 남의 집 씻는 것까지 내가 다 알아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뭐 그 집 탓이겠는가? 그게 다 그런 것마저 다 알만큼 얇은 저 벽이 문제다. 밤늦게 씻는 그 집 문화를 문제 삼기 전에 방음이 안 되는 호텔 벽을 탓해야 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음 숙소를 구할 때는 옆방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는 게 확실할 때만 방을 구하자. 그런데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된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꼭 인생을 닮았다.      

     

숙소 짐을 정리해서 타이동으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 큰 그림을 그려본다.      

     

원주민의 도시, 타이동.     

타이동에서 원주민 문화의 자취를 찾아보자.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출발하면 보통 점심시간이다. 식사 후 출발이 아니라 가다 보면 점심때가 된다. 그렇기에 끼니를 해결하는 게 일인데, 여행에서는 일단 부딪쳐보고 시도해보는 게 장땡이다. 그러려고 떠난 길 아닌가? 때마침 점심시간, 도로 위를 한참 달리던 중 길가에 있던 식당이 하나 들어왔다. 겉으로 봐서는 허름한 식당인데 식당 앞에 차들이 몇 대 서 있는 게 보인다. 따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들어갔다. 안에 들어와 보니 식사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우선 안전하게 면  두 가지와 만두를 시켰다. 그리고 우육면 위에 얹어 나온 고기를 보고 우육면을 하나 더 주문했다. 식당 입장에서야 음식 하나 더 주문하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이 더운 날 또 불 위에 서 있어야 하는 사람 입장이라면 마음이 달라진다. 주인어른의 불편한 심기를 감지했다. 혹시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았을까?     

     

더운데, 따로따로 시키지 말고,    
한꺼번에 시켜라잉?      


     

밥 먹고 나오다 보니 식당 바로 길 건너편에 Cidal 원주민의 옛 사냥 방식을 구현한 사냥 학교가 있다. 들어가 보니 꽤 그럴듯하게 되어있다. 여기는 멧돼지가 많은 걸까? 예전에 멧돼지 사냥을 많이 한 걸까? 과녁이 멧돼지다. 이런 발상, 은근히 재미있다.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출발.      

          

타이동으로 달려가는 동안 오늘만 이렇게 해보자고 마음을 다졌다.

     

마음 가면 멈춰라     
기분 내키는 대로......   
 


달리다가 멈추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뒤에서 차가 올 수도 있고, 순간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래도 선다. 여긴 타이동. 원주민 문화의 흔적을 찾기로 했는데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독특한 원주민 문화가 느껴진다.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원주민스러운 모습들이 보이고 그 덕분에 여기가 타이동인 것을 한눈에 알겠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바나나 농장. 한참을 달려도 바나나 밭이다. 그리고 길가에 사람 없는 바나나 갑판 대가 보인다. 차에서 내려 갑판대로 다가가면 주인이 어딘가 시원한 곳에서 쉬고 있다가 계산하러 나오는 건 아닐까 싶어 차를 세우고 가봤다. 없다. 사람이 없다. 사람 없이 바나나 위에 가격표만 붙어있다. 그리고 옆에는 철제로 만들어진 네모 다란 통이 놓여 있다. 저금통처럼 맨위에 돈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있다. 원래는 시험 삼아 가장 작은 뭉치의 바나나 하나만 사볼까 했었는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풍성해 보이는 바나나 하나를 들어보았다. 가격표를 보니 60원이다. 그래 옛다! 기분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주변에 볼 것 특별히 없는데,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큰 기둥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이건 무슨 물건이다냐?' 싶어 내려 둘러보니, 여기가 북회귀선이다. 이런 게 바로 황소 뒤로 걷다가 쥐 잡은 꼴이겠지? 그만큼 운이 좋았다는거다.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니 가다 보면 모두 다 포토존이다. 벼 밭 포토존이라고 되어 있는 곳에서 내려 다들 찍는 포즈대로 그네 모양의 나무 조각품 앞에서 순서를 기다려 사진을 찍어본다. 그네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고, 오로지 사진 촬영용으로만 기능을 다하고 있는 듯한 그네를 뒤로 하고 다시 남해를 향해 달린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아무래도 삼선 대가 될 듯하다. 구글에 올라온 한 여행기에 따르면 한국인은 모르는 명소라고 되어 있지만 그럴 리가... 이미 여행책자에도 나와 있을 만큼 지금은 알려진 곳이다. 잠시 들러 사진만 찍고 다시 달릴까 하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그리고는 숙소도 그 근처에서 잡았다. 여행은 이래서 좋다. 한치를 예측할 수 없고 매 순간 변화무쌍하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여행족에게는 이런 스타일의 여행이 스트레스 받고 짜증 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닌가?      


          

저 멀리 8개 아치 모양의 다리는 용의 모양을 구현한 것이라 한다. 멀리서 볼 때는 큰 섬과 아주 작은 섬 사이에 그냥 단순히 다리 하나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직접 걸어보니, 작은 섬은 큰 언덕만큼 높았고, 섬이나 언덕이라기보다 아주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놓여 있는 형상이다. 게다가 표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바람과 태풍 혹은 지진 등에 의한 자연 마모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거친면과 급경사 모두 아슬아슬하다. 그러니 비바람 불 때는 이곳은 피하는 게 좋겠다. 낙석으로 다칠 위험이 커 보인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두 개의 작은 섬 중 뒤쪽에 있는 거대 바위 정상에 등대가 있었다. 그런데 등대 하나 보겠다고 이런 급경사 돌산을 오른다는 건 모험을 넘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 같아 보인다. 그래서 안 갔다. 그것까지 도전해보기엔 내 심장이 너무 약하다고 해두자.      

     

산시엔 타이 주변은 조약돌 해변이다. 주먹만 한 조약돌들이 쭉 펼쳐져 있다. 낮동안 달구어진 돌 위에 몸을 뉘우니 온돌방에 누워있는 것 같다.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다리쪽에서 따끔! 팔뚝 근처에서 따끔! 이게 뭘까? 돌 속에 숨어 있던 벌레들이 몰래 나와 물고 도망가는 건가? 아니면 돌들 사이에 내 살이 낀껀가? 아무래도 벌레들의 몹쓸 장난 같아 겁도 나고 이러다가 내 소중한 살을 남김없이 뜯끼게 될까 봐 서둘러 일어났다. 


에혀, 이노므 벌레들 땜시롱 꿀잠 다 달아났다. 네 이놈들 ~ 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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