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야기] 게임회사 다니는 이야기
<21화에서 계속>
1. 밤낮없는 게임 개발... Work & Life Balance
TV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의사, 변호사의 모습이 실제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처럼 미디어를 통해 그려지는 게임개발사, 개발자의 모습은 또 그 나름의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너진 Work& Life abalance에 대한 부분이 아닐지. 게임개발자,는 밤을 세워 일을 하고 그러다 사무실 한 켠에 쓰러져 자는 경우가 많을까? 개인 자리의 모니터 옆으로 쌓여있는 빈 음료수 병과 사발면의 잔해.. 철제 옷걸이에 걸려 있는 쓰다가 또 말려 쓰는 수건과 같은 모습들은, 사실은 실제 게임회사서 마주할 수 있는 매일의 모습이 아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과거 온라인게임 초창기나 모바일 게임 붐업의 시기.. 이런 모습들이 실제로 사무실 내 존재한 경우 있었다. 또 현재도 촘촘한 일정 속에 적은 인원이 손을 모아 콘텐츠제작을 도전하거나, 또는 목표한 시점 내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수정을 거듭하고 거듭할 시, 때로 밤 늦은 시각까지 개발이 이어지는 경우 있다.
또 아예 해커톤(hackathon; 해킹(hacking) + 마라톤(marathon))이라는 타이틀 하에,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각 동안 다수의 개발진이 한 자리에 모여 프로그램 기획, 프로그래밍,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등의 개발 과정을 마라톤처럼 행하는 별도의 이벤트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다수의 지성을 모아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평소 보지 못했던 문제를 찾아내거나... 집중적으로 개발 아웃풋을 내어보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로 일상의 모습은 아니다. (ex. 라이엇 게임즈의 해커톤 = 썬더돔)
게임업계는 1990년 대 후반부터 이어진 수십년의 경험에 기반해, 보다 체계적이 되었고 휴먼 리소스 또한 장기적 시각에서 관리 활용하는 측면으로 변화했다. 즉, 사나흘씩 사무실에서 밤새워 개발을 하고 좀처럼 집에 가지 않는 직원을 더 이상 업계서도 칭찬커나 독려치 않는단 말이다. 기업의 규모나 인재 철학에 따라 기업마다의 구체적 가이드야 소폭의 차이 있겠으나, 게임기획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라 하여 인생의 9할을 업무에 투자하진 않는다.
오히려 라이엇 게임즈같이 Work& Life Balance관리를 강조하고, 개인의 삶 또한 잘 지키고 영위하는 것 또한 능력이라 평하는 회사도 많다. 본인의 맡은 바 역할을 최대한 멋지게 책임감 있게 해낸다는 전제를 달고 말이다. 단, 때문에 오히려 업무시간 중 업무강도나 요구되는 집중력, 업무역량은 높을 수 있다.
2. 수평적 구조
게임 회사는 다분히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이미지 또한 크다. 겪어본 바에 기초하여 현실을 이야기하자면, 실제로 게임업계 그리고 게임 회사는 꽤나 젊고, 자유롭고, 밝은 분위기다. 이는 즐겁고 재밌어서 하는 행위, 즉 놀이문화로서의 "게임"을 만들어 가는 회사로서 어쩌면 당연한 부분인데... 제조업이나 일반 사무직과 달리 "재미"와 "콘텐츠" 그리고 "트렌드"와 "문화"를 알고, 논하고, 창의적인 기획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개인 각각의 일이기에 그러하다 본다. 한 명, 한 명의 개인 각각도 개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고, 여러 가지 백그라운드와 개인 경험, 업무 커리어를 바탕하여 해당사에 입사하고 일역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일반적 기업보다는 직원 각각의 다양성 또한 높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바탕해 업무 또한 "수평적"으로 이뤄진다는 이미지가 큰데, 이는 많은 부분 사실이라 본다. 단, 그 수평적이고 열린 업무 분위기는 상하없이, 체계나 순서 없이 누구나 의견을 내고 상대를 비판할 수 있다는 무체계의 자유를 의미치는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머리를 모아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서 끝없이 의견을 보태는 형태에 가깝다. 즉 "어떠한 콘텐츠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특정 시스템을 어떠한 기술적 시도를 통해 구현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떠한 게임 내 불편사항 또는 급격한 변화에 대해 외부에 어떤 단계와 어떤 방식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등 단 한 명이 수학적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안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 내부에서는 한국 오피스 내부의 여러 팀이 함께 회의를 하거나, 글로벌 멤버들과 함께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 특정 사안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솔루션을 고민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수 차례 반복됐다. 그리고 이런 회의는 논의와 아이데이션의 <과정>을 통해 <답>을 찾는 형태였기에, 누구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만약 기업 내부의 수직적 체계가 강조되고 각 부서별 업무 권한에 대해 분리와 통제가 큰 회사라면 타 팀의 사원이 특정 팀이 발제한 이슈에 대해 회의 석상서 직접 손을 들고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Overreach 한 경우, 또는 주제를 모르고 나서서 타 팀을 겨냥하는 경우 등으로 비판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사 내에서는 "의견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의문 부호를 낳는다. 한 명, 한 명의 의견은 소중하게 다뤄진다. 그리고 그런 만큼 충분히 사전에 고민하고, 책임감 있게 의견을 내야 한다.
3. 보너스는 게임아이템, 설/추석 선물은 문화상품권?
게임업계는 밝고, 즐거운 업무 공간을 비롯해 소소한 부분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꽤 신경쓰는 편이다. 때문에 때로 후드티나 머그컵 줄 돈 다 모아서 연봉을 올려줬으면...이라는 웃음 섞인 푸념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업무 환경에 있어 기업들의 기본적인 이해와 노력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물론 업무 성과와 연계되어 주어지는 인센티브(보너스)를 게임 아이템으로 주거나, 설/ 추석 등의 명절 선물을 문화상품권으로 주는 건 아니다. 그런 부분들은 타 업계, 일반적 기업들과 비슷하게 제공된다.
허나 조금 다르게 1) 업무 시간 중에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2) 자사 게임 외에 타사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시장 및 타사 게임에 대한 동향/ 트렌드 분석을 위한 경우에 말이다. 또 게임업계의 흐름이나, 타사 게임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농도 깊은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이 실질 업무에 도움이 되기에 때로 "게임교육비"라든지, "자기개발비" 등의 타이틀 하에 일정 금액이 조건부로, 제공된다. 게임 내 아이템을 과금하거나 게임관련 하드웨어를 사서 중고팔이를 하는 경우 등은 당연히 배제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4. 40대면 퇴물??
라이엇 게임즈가 아닌, 나의 첫 회사 <넥슨>을 다닐 당시 친한 동료들과 커피 타임을 갖다가 문득 "40대가 되어도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 수 있을까?" 라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다수의 답은 일단 그 나이가 되도록 같은 회사를 그렇게 오래 다니고 있지 않을 것 같다, 였다. 또 그 중 한 프로그래머는 "실제로 아직까지 40대인데 업계서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가능한 일인지 전혀 예측을 못하겠네. 머리가 굳어서도 후배들한테 대적이 안되지 않을까?" 라 얘기하기도 했다. 그 때는 그랬다.
넥슨은 1994년 설립됐고, 1996년 <바람의나라>라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을 선보였고 이 이야기를 나눌 당시는 그 회사가 생긴지 10년이 겨우 넘어선 시점이었다. 그렇기에 회사의 최고 선배... 임원들 조차 30대 후반, 40대 초반이었고 그들은 대부분 초창기 멤버였다. 회사에 조인한 지 3년, 5년 정도의 사원, 대리급 직원들은 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너무나 젊은 이 업계를 즐겁게 다녔지만, 수십 년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확신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점에서 저 질문을 다시 받게 된다면, 나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40대, 50대에도 게임업계에서 또 게임회사에서 할 일은 너무나 많다고 말이다. 본인 또한 라이엇 게임즈에 30대 초반에 합류해, 13년을 함께 한 시점에도 여전히 새롭게 도전하고, 책임질 일들이 많았다.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온 게임업계는, 그 어느 업계보다 트렌드 변화 또한 빨랐고 그 시간과 트렌드의 변화 속에 꽤 많이 성숙해졌다. 또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공룡급 게임사들은 그 규모와 체계 또한 어마어마해져 조직과 조직원의 역할이 매우 세분화됐고 전문화됐다. 그런 만큼 40대, 50대를 넘어 정년까지... 업계와 업무 노하우를 가진 선배들이 각 조직의 리더로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연봉은 어느 수준
게임회사들의 개인 연봉은 철저히 개인 1:1 협상 및 연봉계약으로 이뤄진다. 기업에 따라 직급이 있거나, 연차 또는 업무범주에 대해 페이밴드(Pay-band), 즉 샐러리 범주가 정해져있는 기업도 있지만 대체로 개인별 연봉은 비공개된다.
그렇다고 하여 드라마처럼, 제시안에서 00% 더 올려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오늘로 바로 퇴사하겠습니다 등의 역동적이고 흥미넘치는 협상의 과정이 있진 않다. 대게의 경우, 기업에서 한 해의 또는 다년에 걸친 목표 궤도를 정하고 해당 궤도에 대한 회사 전체의 달성 정도 등을 수치화한다. 또 개인별로도 맡은 역할의 범주와 기대치 등에 준하여 Expectation Level을 얼마나 달성했는가 등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 두가지의 지표가 상호작용하여 대체로 해당 개인의 연봉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정해지는 식이다. 그리고 사전 고지를 통해 개인에게 연봉 변화 및 그에 대한 근거가 커뮤니케이션 됐을 때, 개인은 회사 측의 또는 조직의 본인에 대한 평가나 기대치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온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는 가변적이지만, 대게 이런 과정이 연 단위로 반복된다.
그리고 게임회사를 다니는 각 개인의 연봉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이 또 다를 수 있고, 조직관리자와 중간관리자, 실무진의 궤도가 또 다를 수 있다. 과거 게임업계 초창기부터 시장에 첫 발을 들였을 본인 스스로는, 당시 본인이 타 업계에서 제안받은 연봉 보다 게임업계서 제시한 연봉의 궤도가 매우 차이가 나... 깜짝 놀랐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또 이후 여러 성과와 상황에 따라 큰 폭의 연봉 상승을 경험한 적도 있다. 즉, 움직이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업계였기에 연봉의 변화 또한 어느 정도의 변동 폭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공개정보가 적은 편임에 불구하고... 그럼에도 평균적 데이터가 궁금할 시, 각 게임사의 사업보고서 내 1인 평균 급여액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022년 경을 기점으로 해, 시가총액 최상위의 게임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 원 시대라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평균"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외에 잡플래닛 등 취업 플랫폼에 공개되어 있는 기업별, 포지션별 연봉 정보 또한 참고를 할 순 있겠다.
6. 자유로운 복장. 슬리퍼도 될까
된다. 너무 되는 회사도 있다. 대표이사나 상무, 이사 등의 임원급들도 편한 티셔츠에 면바지,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개발진은 물론 마케터, 운영진 등 직군을 가리지 않고 편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
본인은 넥슨, 라이엇 게임즈 등의 게임회사 외 SK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소셜네트워크 및 검색엔진 네이트 등을 개발, 서비스하는 SK계열사에 재직했던 경험도 있는데... 이 회사 또한 온라인 콘텐츠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연하고 젊은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인사부서에서 전사적으로 자유로운 복장에 있어 사회적 범주는 지키면 좋겠다는 가이드 메시지를 공유한 적이 있는데... 남직원들의 경우 쪼리, 슬리퍼, 반바지 착용을... 여직원의 경우 민소매, 슬리퍼 등의 차림을 삼가달라는 내용이었다. 사회적 역할을 하고자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기에 저러한 정도의 옷차림은 삼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고 납득이 되면서도 전사적으로 인사부서가 가이드 메시지를 던졌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라 상세히 기억이 난다.
한데 게임회사에는 그런 가이드도 없다. 때문에 스타타워이든 파르나스타워이든... 멋드러진 대형 빌딩에서도 게임회사 직원들은 유난히 눈에 띈다. 여름에는 반바지를, 겨울에는 후드티를 그렇게나 입고 다닌다. 이제 막 입사를 하여... 입사 첫 날 정장을 입고 온 신참 사원을 보고, 내일부터는 꼭 편하게 입으라고 누구나 재차 얘기하는 것이 게임사 분위기다. 업무에 있어 누가 되는 경우가 아니고, 다른 이가 보기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가 아니라면, 다분히 창의적으로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 생각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업무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점이다. 면접 심사역을 하는 날, 외부 미디어와의 인터뷰 미팅이 있는 날, 또는 외부 벤더나 파트너사와 논의 회의가 있는 날은 절대로 격없이 옷을 입지 않는다. 슬리퍼를 신어도 사무실에서 큰 소리를 내며 끌고 다니지 않는다. 그런 자유 속에 규칙은 있는 게 게임회사의 복장이다.
사실 게임 회사도 회사이기에, 엄청나게 새롭고 충격적인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그 젋고도 수평적인 분위기,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그 속에 또 한 명, 한 명의 직원들은 최고의 아이디어를 내고... 콘텐츠를 선보이고,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 이야기가 그런 업계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다음에는 그냥 게임회사가 아니라 "외국계" 게임회사 다니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2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