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긴 한데...그 회사가 왜?
지난해 국내 굴지의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문화유산보존과 활용을 위한 후원 협력을 발표했다. 본 협약을 통해 스마일게이트는 총 3천만 원의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후원금>을 내놨고 이는 경주 대릉원 일원 쪽샘지구 41호분에서 발굴된 주요 유물의 분석 및 복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양 기관은 올해 스마일게이트서 출시 예정인 신작 MMORPG '로드나인’의 사전 이벤트의 주제를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로 삼는 등 게임 내에서도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이어 TOP 게임사인 넥슨 또한 2024년, 넥슨재단 측 '보더리스'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유산진흥원과의 업무 협약(MOU) 체결을 발표한 적 있다. 이 협약은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를 보다 다양한 연령층에 알리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무형유산 전승자를 지원하기 위해 체결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넥슨재단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번 협약을 통해 무형유산 전승자와 함께 넥슨의 다양한 IP를 활용한 전통 공예품을 제작해 전시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 한다.
참 좋은 이야기인데, 그런 한편 머릿속에 물음표가 뜬다. 게임회사들이 왜 앞다퉈 문화유산에 대한 후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일까?
사실 게임사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 활동은 LoL, 발로란트로 유명한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가 시작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문화재 지킴이>라는 타이틀 하에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회환원사업을 13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해 청소년을 대상 한 역사교실을 여는 한편 성균관 및 서울문묘의 안내판개선부터 4대 고궁에 대한 보수, 과거 재현 사업 지원, 전국 서원에 대한 정밀 3D측량 사업 지원부터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대한제국공사관 재개관지원과 한국 서촌의 이상의 집 리뉴얼 및 재개관 지원까지 그 활동 내역도 다양하다. 단적으로 라이엇은 해당 사업을 위해 현재까지 총 누적 기부금 84억 원 이상을 쾌척했는데 이는 문화유산 분야에서 후원을 이어가는 어느 기업이나 기관보다 독보적으로 큰 규모다. 또 민간기업 중 유일하게 국외문화유산 환수를 지속지원해 총 7번의 유물 환수를 도왔는가 하면, 적극적인 사회환원행보를 인정받아 이미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바 있기도 하다. 이토록 자세히 기술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사업이 본인이 라이엇 게임즈 재직 시절 직접 개발하고 10여 년간 세부 프로젝트를 모두 기획,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이엇 게임즈의 이런 선례가 긍정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기에... 이후 게임업계 내 펄어비스, 엔씨소프트 및 데브시스터즈, 그리고 최근의 스마일게이트, 넥슨 측 사회환원사업으로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게임콘텐츠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이 왜 우리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일까. 본인이 라이엇 게임즈의 사회환원사업을 설계했던 바에 기초해 보자면 답은 두 가지다.
첫째, 게임이 놀이문화이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행하는 자발적 행위,라는 놀이의 정의에 기초해 볼 때 게임은 그야말로 취향과 기호를 근거로 한 즐거운 놀이다. 친구와 시간과 재미를 공유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택하는 향유의 시간이다. 그러하기에 각 게임 개발 및 서비스사는 그러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인 것. 그런 그들이 우리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살피는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 <게임은 문화다>라는 명제를 게임 사용자와 일반 대중 앞에 더 알리고, 언급하고 싶다. 한국 게임콘텐츠의 수출액이 K-POP, K-DRAMA를 훌쩍 넘은 지 오래이고, 10대, 20대는 물론 30대와 그 이상의 중장년층 역시 매일 게임을 즐기는 오늘날이지만… 게임은 아직도 소수만의 문화 또는 학습의 방해물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긍정적인 활동을 통해 <문화로서의 게임>을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가.
두 번째로는, 바로 게임사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화자란 점이 선례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사용자들과 매우 가깝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소식을 전하고, 콘텐츠를 선보이며 사용자들은 게임사의 공지와 전달사항에 끊임없이 피드백을 전한다. 그런 그들이 국외의 우리 문화유산의 환수를 이야기하고,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는 역사 교실을 이어갈 때 생각보다 더 많은 게임 사용자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주변인에게까지 해당 사업을 알리고, 이는 또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대중 인지로 쌓여 갔다. 실제로 본인이 과거 문화유산청 파트너들과 십여 년간 협업을 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그 가치에 대해 관심 갖게 힘을 보태주어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게임업계에는 문화유산 보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형국이다. 가장 현대적인 놀이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게임사들의 이와 같은 예스러운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