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브랜딩] - 착한 회사의 한국진출
한국은 게임의 메카(Mecca)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대 초반 벤처 붐이 일면서 갖가지 PC온라인 게임이 등장했고 한 때 스타크래프트가 세계 어느 곳보다 크나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국민 게임이라 손꼽히는 게임도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E스포츠라는 말도 한국에서 생겨났고, 현재도 한국은 게임과 E스포츠에 있어 상징적인 지역이다. (대상혁! 페이커 선수가 현존하는 한국 시장이지 않은가)
그런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라이엇 게임즈 또한 계획과 욕심이 많았다. 게임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너무나 높은 사용자가 가득한 곳... 때문에 그 어떤 지역보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소화 시간도 빠르고 분석적인 의견과 평가도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곳이 바로 한국 게임시장이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에 합류하자마자 안팎으로 파악에 나섰다. 대체 이 회사는 어떠한 계획을 갖고, 어떤 바람이 있으며 이를 이뤄내기 위해 내가 할 역할이 무엇인지... 또 그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총알은 무엇인지부터 알고자 했다. 그래야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본인은 2012년 2월, 글로벌 게임 개발 및 서비스사인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에 홍보 및 사회환원 사업의 팀 리드로 입사했다. 입사 당시 오피스의 전 직원은 30명이 조금 넘었다. 지사 초창기의 인원으로 적지 않은데?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라이엇 게임즈는 ‘우리 회사 스타일 대로의’ 한국 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해, 굴지의 파트너사들을 통한 퍼블리싱이 아닌 직접 서비스를 결정하고 2011년 중반 한국에 오피스를 세웠다. 그리고 이후 한국 서비스에 필수적인 부서의 리더들부터 채워 나갔고, 이 리더들이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런칭, 서비스 플랜 및 조직 구도 등을 잡아갔다. 한데 한국 오피스를 본사에서 지시하는 서비스/ 마케팅만 옮겨내는 지사(Branch)가 아닌 그 누구보다 한국 시장과 한국 문화, 한국 사용자를 잘 이해하고 주도적인 한국 서비스 플랜을 기획할 수 있는 지역 오피스(Regional office)로 설정했다. 한 명, 한 명의 조직 리더들이 충분한 오너십(Ownership)을 가질 수 있었고, 그만큼 책임지고 전문가다운 최적의 기획과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나 역시 홍보 및 사회환원사업의 리더로 합류한 후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간의 경험과 홍보 전문가로서의 역량에 기반해 최고의 홍보 조직과 계획을 꾸려내라는 주문이 손에 떨어졌다.
회사에 합류한 첫날부터 각 미디어에 인사 연락을 돌리고, 곧바로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와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에 대한 외부의 평, 기대점, 아쉬운 점 등을 듣고 다녔다. 게임의 런칭 시점에 메가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북미 지역의 서비스까지 원격 접속하여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들을 부드럽게 잘 옮겨낸 상황이었고 입소문을 타고 LoL의 인기가 2-3개월 만에 이미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핵심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랜파티(일종의 오프라인 팬미팅, 이벤트 행사와 같다)와 업계의 전문 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기존 E스포츠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체험 후기 마케팅 그리고 정식 토너먼트 대회에 앞선 예행 격의 인비테이셔널 게임대회 등이 진행된 상황이었고, 그 각각에 대한 사용자와 전문 미디어들의 평이 좋았다.
특히 사용자와 업계, 미디어, 내부와의 이야기에서도 아래 3가지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팩트에 기반한 이 회사의 강점이자 앞으로 나의 총알이 되겠구나 싶었다.
“탄탄한 게임성, 재미있고 계속 업데이트되는 게임 콘텐츠,
과금 압박 배제, 유저 친화적 비즈니스 모델,
플레이어와의 소통, 사용자의 즐거움과 만족을 최우선하는, 확고한 기업 철학”
하지만 여전히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라는 게임의 장르는 일반 게임 이용자들에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면이 있었고, 무엇보다 LoL을 즐기는 사용자조차 <라이엇 게임즈>라는 회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덕트보다 기업 브랜드의 인지도가 매우 약한 상태.
물론 당시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기업 브랜딩에 큰 힘을 싣고, 우선순위를 두지 않던 시절이라 더 그러했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잘 서비스하면 사용자들이 다 즐거울 것이다...라는 "초심"에 미쳐있던 시기다.
하지만 입사 초기 내부의 여러 리더십들과 수많은 대화를 이어가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의 바람과 계획이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라이엇은 LoL의 성공적인 한국 서비스 진행을 희망했지만, 그 목표점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찍어보자! 또는 월 매출 얼마 이상을 해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내부에서 공유하고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 장표에도 목표 수치가 없었다. 꾸준히 좋은 게임 콘텐츠를 만들고, 밸런스를 맞추고, 안정적이고도 재미있게 서비스해서
“사용자들께 최고의 게임 경험을 전달하는 것”
이 목표이고, 전 직원의 미션이란다. 이 얼마나 달성의 마침표가 없는 엄청나고 무서운 목표인가. 나 또한 게임 사용자이기도 하기만 그런 회사의 철학과 진심이 고맙고 공감되는 한편... 홍보/ 브랜딩의 측면에서 고민이 매우 많이 됐다. 진심이야 말로 전달하고, 홍보하기 제일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LoL 서비스만이 아니라 향후 활발한 E스포츠 사업 전개부터 당시에는 미공개 프로젝트였지만 내부에서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게임 프로덕트 서비스 등 이어가야 할 내용도 많았기에 한국 시장서 한국 친화적인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사로서의 이미지 등도 희망했다.
또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 LA에 본사를 둔 기업. 로컬 시장을 공략하는 외국계 기업으로서, 자칫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다가서는 또는 토종 한국 게임기업들을 압박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지 않도록 사전 견제하는 것 또한 홍보가 풀어내야 할 과제로 읽혔다.
<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