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저지를 일은 바로 이거군

[기업 브랜딩] 스토리텔링 - 누군가 믿게 만드는 힘

by 구기향 Karen Koo

전략적인 기업은 1년, 3년, 5년, 길게는 10년 또는 그 이후까지도 지속적으로 내다보려 노력하고 그 각각의 기간에 있어서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해낸다. 이윤 추구가 제1의 목표인 것이 기업이라 하나, 눈앞의 이윤 만을 쫓다가 미래가 길지 않아 질 수 있으며, 늘 재화와 인력은 제한적이고 시장에는 새로운 소식과 경쟁자들의 도전이 들끓기 때문.


초창기 라이엇 게임즈는 정말 소수의 인원이 모였지만 그 한 명, 한 명의 인원이 "일당백"이었다. 각 조직의 리더들은 기업의 철학, 방향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강하게 동의했으며 기업의 단기 또 장기 목표점 도달을 위해 조직별로, 개인별로 맡아야 할 역할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리고 그 기대 역할을 가장 효율적이고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방안을 고심했다.


당시 나 또한 매일 할 일이 정말 넘쳐났다. 게임의 인기 상황, 콘텐츠 업데이트 소식, 이벤트 소식 등의 시의적 소식에 대해 꾸준히 사용자들께 정보를 전하고 관심을 키우는 것은 기본이고 홍보/ 사회환원 사업을 위한 조직을 구상하고, 인력 채용을 이어갔다. 또 부족한 내부 인력을 대신해 함께 뛰어줄 외부 벤더, 파트너사를 선정하여 협업 궤도를 설정하고 맞춰갔다. 예산 계획 등의 조직 운영 업무도 병행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어가는 동시에 기업의 현황, 이 기업이 가진 강점과 향후 희망하는 기업의 비전 등에 기초해 <기업 브랜딩>을 위한 전략적 메시징, 즉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회사의 기원부터, 철학 그리고 이 회사가 다른 기업과 다른 이유 및 그것이 이 회사의 실제 프로덕트 서비스에 반영되어 있는 포인트, 포인트들이 충분했다. 이를 선명하게 보여줄 키 메시지와, 흥미롭게 뒷받침해 줄 사례들, 그리고 이를 전달할 화자를 개발하면 되겠다 싶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듣는 이를 끌어당기며, 듣고 보면 이해하게 되고 믿게 된다


“착한 기업, 착한 게임”


이것이 라이엇 합류 후 몇 주만에 내가 상사와 대표께 보고한 홍보 전략의 서두이자 "키 메시지"다. 라이엇의 강점 3가지를 온전히 그리고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이 회사는 대체 왜"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또 한편으로는 "기존의 다른 게임, 다른 회사와는 다릅니다"라는 점을 영리하게 설파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갔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을 너무나 사랑하던 미국의 두 청년이 의기투합하여 설립한 회사였고, 라이엇 게임즈의 대표 게임 LoL이야 말로 그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와 바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 게임 콘텐츠의 완성도나, 상대적으로 부담이 매우 적은 게임 내 과금체계 등을 구구절절 풀어내기보단, 게임 플레이어들이 또 게임을 전혀 모르는 대중도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을 하는 쪽이 맞다고 판단했다.


"보통의 게임 회사는 게임 개발자가 내 새끼 같은 게임을 구상, 기획, 개발해서 내놓거나 또는 뛰어난 감각과 혜안이 있는 사업가가 좋은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형태... 또는 그 둘이 하나로 합쳐진, 대형 게임사의 모습을 띕니다"


이것이 내가 게임에 대한 흥미와 이해가 매우 낮은 이를 처음 만났을 때, 라이엇 게임즈에 대한 키 메시지를 풀어내기 위해 항상 가장 먼저 던지던 문장이다. 쉽고 동의되는 설명에 상대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그 후 이어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에 더 큰 흥미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정말 어려서부터 다양한 게임을 즐기던 두 청년이, 어느 날인가부터 대체 왜 스포츠 같은 공짜 게임은 안 나올까. 왜 게임 안에서 결제를 한 이에게만 더 강한 무기가 주어지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인가. 그저 플레이어의 전략과 실력에 따라 어느 날은 이기고, 어느 날은 지는 게임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거듭하다가, 우리가 직접 한 번 만들어 볼래? 라고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된 회사다. 미국 로스탠젤레스의 한인타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두이십 대 청년. 하물며 이들은 USC 대학 졸업 후, 한 명은 금융계 마케터로, 또 다른 한 명은 컨설턴트로 이미 취업 및 사회생활도 시작한 상태였고 게임 개발자는 전혀 아닌 상태였다"


1년 이상의 시간에 거쳐 키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켰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를 지속 발굴해 쌓아 올렸다. 우산 역할을 하는 키 메시지는 각종 실질 사례들과 함께 활용돼, 플레이어들이 공감토록 했다. 사람들이 이 회사는 다르다 믿게 했다. 게임 콘텐츠 업데이트도, PC방 사용자와 PC방 업주에 혜택을 드리는 이벤트도 키 메시지와 연결돼 강한 당위성을 가졌다.


난치병에 걸린 플레이어를 위해 게임 내 캐릭터의 대사를 새로 녹음하는 회사

지역의 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해 한국 서비스 런칭에 맞춰 한국 구미호전설에 기반을 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세계 게임 서비스에 선보인 회사

플레이어의 연애 상담을 위해 길고 긴 답장을 써주는 고객센터, 그리고 그런 직원을 칭찬하는 회사

PC방을 게임을 즐기는 놀이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생각해, 기꺼이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을 PC방 사용자들에게만 무료로 설정한 회사


게임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사례들과 이를 덮어내는 키 메시지 덕에,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게임 전문지는 물론 각종 지면 미디어와 방송 미디어를 통해서까지 소화됐다.


<스토리텔링>을 펼쳐감에 있어 무게감 있고 신뢰 가는 스피커, Spokesperson도 중요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당시 작고, 인지도가 낮은 기업이었다. 보통 이럴 때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스피커는 ‘권위’가 있거나 ‘이야기’가 있는 자이기 마련이다. 기업을 대표해 믿을 수 있는 이야기할 정도로 높은 사람이거나 마치 TV시리즈 <인간극장>처럼 솔직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이여야 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 한국 서비스 초기의 메시지 전개에는 브랜든 벡, 마크 메릴 등의 창업주 두 청년 외 오진호 한국대표가 핵심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미디어 행사나 인터뷰 등 스피커가 나설 자리에 앞서서는 각 미디어의 특성이나 최근 기사에 대한 분석부터, 예측되는 질문 사항에 대한 답변 가이드까지 매우 상세하게 준비하고 브리핑했다. 또 예측되지 않은 질문이 나올 수 있는 자리이기에 그런 경우에 대비하여 곤란한 질문에 대한 포괄적 답변이나, 부드럽게 논지를 돌릴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미디어 트레이닝도 병행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돌아봐도 당시 창업주, CEO를 비롯해 한국 대표까지 모든 스피커들께서 참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었다. 저렇게 하기에 저토록 성공하였나 보다 생각이 들 정도로. 암튼, 준비된 스피커들은 기업의 브랜딩을 위한 이야기 전달... 스토리텔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셨다.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초창기 라이엇 게임즈의 한국 홍보를 위해 잡아낸 <착한 기업, 착한 게임>의 메시지는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사례 및 CEO, 한국 대표 등의 기업 철학 이야기와 함께 전파됐다.

기사 이미지 출처=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동아일보 및 전자신문



그래서 이런 전략적인 접근과 키 메시지 전개가 성공적이었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야말로 매우 성공적이라 답할 수 있다.

초기 이런 전략과 스토리텔링 방향을 잡았을 때만 해도, 회사 내부에서도 진짜 이런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본래 이게 될까, 싶은 일이 도전하여 성공하면 가장 재미있지 않던가. <반복되고 강조되는> 키 메시지는 게임 플레이어와 대중에 충분한 잔상을 남겼다. 게임 서비스가 불안정한 어느 날인가에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라이엇인데", "알 거야, 고칠 거야, 난 믿어"라는 댓글을 남겼다. 게임업계에서도 일방적 서비스나 콘텐츠 제공보다도 사용자의 편의와 반응을 살피며 발맞춰 가는 것이 주효하다는 인식이 점차 번져갔다.


돌아보면 결국 답은 짧다.

실제의 기업 강점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키 메시지였기 때문에 힘이 있었다.

다양한 사례를 계속 찾아내고 이를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했기에 힘이 쌓일 수 있었다.

미디어에 따라, 타깃에 따라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썼고 준비된 스피커가 이를 적극적으로 전했기에 성공적이었다.


회사에서도 홍보 조직의 스토리텔링 활약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다.

근데, 사실 입사 첫날부터 나를 붙잡은 고민이 또 하나 있지 않던가. 이 또한 잘 해결 됐던가? 사실 이 즈음의 나는 거의 홍길동이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3화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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