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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eeker Sep 14. 2016

여행은 연애, 사는 건 결혼-1

인터넷으로 집 구하기


호주에서 살 줄이야


어느 나라로 유학을 갈 것인가? - 2012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결과를 보면 영어권 국가의 수학과 과학 영역의 학업성취도는 1. 캐나다 2. 호주 3. 뉴질랜드 4. 영국 5. 미국 순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교육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을 살아낼 자신이 없어 토론토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실력은 호주와 뉴질랜드보다 낮아도 대학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9년 워싱턴,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매일 총기 사고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아침 뉴스, 부실한 대중교통, 휑한 고등학교 풍경은 후보지에서 미국을 미련 없이 제외시키게 만들었다.


영국은 높은 환율 외에 바리케이드가 하나 더 있었다. 영국의 고등교육과정은 GCSE 2년 과정과 GCE A-level 2년 과정으로 나뉜다 (총 4년). 8 과목의 시험을 GCSE 2년 차에 치르게 되는데 큰애가 하필 이 학년에 속했다. 배우기도 전에 시험부터 봐야 하는 데다 GCSE 성적은 영국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영국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건 아이에게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남은 선택지는 남반구. 호주와 그렇게 인연이 닿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이것 저것 따지다 브리즈번

시드니(Sydney)는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대도시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으나 물가가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고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로 인해 범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높다.

캔버라(Canberra)는 행정 수도이고 국립대학이 있지만 내륙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멜버른(Melbourne)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들 중 하나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항이 없고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경험할 만큼 기후가 변덕스럽다.

브리즈번(Brisbane)은 겨울 최저 기온이 영상 5도이고 시드니와 멜버른보다 도시 규모는 작지만 물가가 싼 편이며 인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가 있다.

유학원에서 알려준 각 도시의 장단점과 호주인 친구 Matthew가 이메일로 보내준 자료들을 검토한 후 상대적으로 적은 생활비 부담과 직항노선이 존재한다는 장점 때문에 브리즈번을 선택했다.


출처: Google Maps


브리즈번 도심 아니면 교외?


호주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학업성취도의 격차가 커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원하는 부모들은 추가 학비 부담을 감수하고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  

브리즈번 시내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들 중엔 학비가 대학교 학비의 세배인 곳도 있다. 또한 이런 학교들은 백인 상류층의 우월의식이 존재해 공부를 잘해도 동양인 학생은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학비 외에도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집세의 부담도 커진다. 예를 들어, 브리즈번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의 Zone 2 지역의 낡은 Share house 침실 하나의 주당 임대료가 250 AUD(호주 달러)인데 반해서 30분 거리의 Zone 5 지역은 침실 4개, 욕실 2개의 새로 지은 단독주택의 임대료가 일주일에 450 AUD였다.


브리즈번의 Zone Map


아이들의 학교를 정하는 가장 우선순위는 집에서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곳. 나는 운전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고 애들은 멀미 때문에 버스를 싫어하니 세 명의 뚜벅이들은 학교, 마트, 집 모두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곳에 살아야 했다. 유학원에서 제안한 세 곳의 사립학교들 중 St. John's Anglican College(영국과 호주는 중. 고등학교를 college라 칭한다)가 우리의 조건에 딱 맞는 학교였다.



산책하기에 좋은 공원들과 숲이 많은 자연환경에 주거용 타운으로 개발되어 타운 하우스와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고 은행부터 병원, 마트, 미용실, 문구점, 약국, 음식점, 우체국, 부동산 중개소, 경찰서, 주유소까지 갖춘 대형 쇼핑센터가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니 외국생활에 필수품이라는 차가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곳이다. 백인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니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낮고 한국인 밀집 지역이 아니라 아이들의 영어실력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었다. 비록 대학교에 통학하려면 버스로 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구글로 인공 사진을 보자마자 Forest Lake는 내가 찾던 바로 그곳이라는 느낌이 왔다.


Forest Lake 인공위성사진 (출처: Goole Maps)
Forest Lake Shopping Center 전경(출처: Google Maps)


인터넷으로 집 구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Google Maps 인공위성 사진으로 호주의 도로 풍경과 주택의 모습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으니. 유학 수속을 담당한 D 유학원에서 알려준 호주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부동산 사이트를 접속해 임대(Rent) 카테고리를 선택한 후 원하는 지역명을 기입하고 주택의 종류, 주당 렌트비용, 침실 수, 욕실 수, 이사 시기를 구체적으로 입력하고 Search를 클릭하면 조건을 만족시키는 집들이 화면에 줄지어 나타난다. 정원, 수영장, 현관과 같은 집의 외부 모습과 침실, 거실, 주방, 욕실 등의 내부 상태를 보여주는 몇 장의 사진들을 볼 수 있고 해당 주소의 위치도 링크된 지도로 확인할 수 있으며 담당 부동산의 이메일을 통해 궁금한 점을 바로 문의할 수 있다.


호주의 부동산 거래 사이트 메인화면


출처: www. realestate.com.au


임대료, 위치, 집의 구조 면에서 적당해 보이는 집들의 주소를 유학원에 전달하고 나면 브리즈번 현지에 근무하는 직원분이 주소지로 찾아가 건물의 외관 상태를 확인하고 담당 부동산 에이전트와 미팅 날짜를 잡아 집 내부 상태를 점검했다. 최종적으로 살 집을 확정하면 부동산에서 집주인과 협의를 하고 나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때 계약이 완료되려면 현지 보증인의 서명이 필요하고 4주 치의 임대료가 보증금으로 먼저 지불되어야 한다. 유학원을 거치지 않고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집과 자동차를 구입하려다 수천만 원의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친절하고 꼼꼼한 유학원 직원분들 덕분에 나는 브리즈번에 가보지도 않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Forest Lake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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