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상초점과 예방 초점 in work
Higgins의 규제 초점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목표를 추구할 때 두 가지 서로 다른 심리적 동기 체계를 가진다. 향상 초점은 이상과 성취를 위해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동기를 의미하며, 예방 초점은 의무와 책임에 목표를 두면서 위험과 실수를 회피하려는 동기를 뜻한다.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대학원 첫 학기가 마무리 되었다. 사회심리학 수업의 마지막 주제였던 향상초점과 예방초점.
향상초점과 예방초점을 다룬 수업을 들으며 나는 처음에 전형적인 예방 초점 가치관을 지닌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다양한 시도도 의미 있지만, 8학군에서 나고 자라며 네가 가진 많은 것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살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예방 초점적 조언을 하시면서도, 실제로는 발레, 피아노, 미술, 스키, 농구, 네덜란드 유학 등 스스로 재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장 기회를 제공해 주셨다. 이는 Higgins가 제시한 "양육자가 보상적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때 향상 초점이 형성된다"는 이론과 연관이 있다. 그런데 때로는 부모님의 양육 방식이 모순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지금 분석하자면 부모님은 영역에 따라 향상 초점과 예방 초점을 각각 다르게 적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랐고, 사회생활은 11년간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조직과 회사 문화를 경험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나는 향상 초점에 좀 더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부딪치며 가능성을 탐색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빠르고 유연하게 신규 프로젝트를 리딩하고 성과를 내면서 큰 행복과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실무자에서 팀 리더로 역할이 바뀌면서 놀랍게도 예방 초점으로 팀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팀을 책임지게 되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우리 팀원이 혹시나 실패 때문에 잘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실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었다.
그리고 예방 초점은 또 다른 영역인 개인 연애사에서 적용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15년의 연애사를 돌아보니, 그간 나는 작은 싸움도 관계를 틀어지게 할까 봐 두려워하여 불편함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상황에서 감정이 폭발해 늘 먼저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했고, 이런 연애 패턴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다.
'카리나'라는 사람은 왜 일과 사랑에 다른 동기 체계를 사용했을까? 아마도 부모님이 영역에 따라 이중적인 초점 전략을 적용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는 일과 사랑에 향상 초점 이론을 적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시도하려 한다.
향상 초점형 실무자 시절: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실행해 보시죠
대기업 인턴일 때도, 스타트업의 실무자일 때도 나는 향상 초점으로 일에 접근했다. 실제로 나를 새롭게 고용한 회사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기존 마케팅 방식이 아닌, 서로 다른 산업 분야의 마케팅 전략을 융합해서 전례 없는 신선한 전략을 실행하는 내 특유의 마케팅 접근 방법에 만족했다. 예를 들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막 떠오르던 10년 전, 뷰티 분야를 제외하고는 해당 마케팅 전략의 효과가 불분명한 시절, 당시 다니던 회사의 산업군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충분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고 윗선을 설득해 과감한 시도를 했었다.
그 당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시도를 통해 경쟁사보다 먼저 시도해보고 성공하면 우리가 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될 수 있어요"였다. 그 결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5개의 인플루언서 캠페인 중 3개가 유의한 성과를 냈다. 회사 매출을 15% 이상 증가시켰고, 3개월 만에 신규 고객 유치율도 30% 높은 결과를 얻었다.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실패하고 성공하는 경험을 쭉 지켜본 당시 사수는 나에게 더 잘해보라며 3명의 팀원을 붙여주며 리더로 승진시켰다.
팀 리더로의 전환: 예방 초점의 덫에 빠지다
그런데 팀 리더로 승진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개인의 성과가 아닌 팀 전체의 성과에 책임져야 했고, 팀원들의 실수도 관리해야 했다. 팀 리더가 되자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예방초점 관점에서 일을 진행했다.
팀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혹시 위험 요소는 없을까?",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장 극명한 변화를 보인 것은 팀 미팅이었다. 이전에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에 황당한 아이디어도 일단 시도해 보고 판단하자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팀 리더가 된 이상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만 논의하자며 팀원들의 창의적인 제안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다른 팀에서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서 직무 변경을 신청한 팀원이 "팀장님, 제가 듣기론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기회를 만드시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겁도 많으시고, 방어적으로 일하시는 것이신 것 같아요"라고 말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팀장이 된 후 3개월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한 건수는 월평균 8건에서 2건으로 줄어들었다.
실무형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며, 향상 초점 리더십으로 팀을 리딩하고 실무에 임하려고 한다. 실제로, 5월부터 합류한 스타트업에서 세일즈팀과 함께 뉴스레터 마케팅, 온라인 광고캠페인을 협업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첫째, 언어와 초점 프레이밍 변화
현 회사에 합류 후, 신규 마케팅 & 세일즈 전략을 기획할 때, 안타깝게도 “현재 유입되고 있는 월평균 고객 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객에게 브랜드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일 방법을 찾아볼까요?”라는, 철저히 예방 초점적인 전략을 방향성으로 내세웠었다. 이번에 이론을 배우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예방 초점이 업무 성과를 저해하고, 팀원들의 업무 만족도 역시 저해한다는 것을 배운 이상, 조금 늦었지만 하반기에는 향상 초점 전략을 적용한 목표를 세우려고 한다. “현재 유지 중인 월평균 고객 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사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영역을 찾아서 우리가 먼저 시도해 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데이터를 모은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 해보자”라고 방향성을 설정할 예정이다. 즉, 위험 요소 점검보다는 성공 시나리오 상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현실적으로 기회를 만들며 팀을 운영하겠다.
둘째, 주도성 부여
Sales/마케팅 팀장으로 입사했으니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세일즈팀 대리님에게 팀워크를 강조했었다. 입사 후 세일즈팀에게 가장 먼저 했던 말은 ‘우리는 이제 하나의 팀이니, 개인의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잘못될 경우 팀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늘 팀원들에게 피해가지 않게 행동합시다.’였다. 이렇게 한 달간 팀을 운영한 결과, 세일즈팀의 강점이 묻히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으며 신규고객 유치에도 지지부진한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세일즈팀은 팀의 강점을 살려서 해보고 싶은 새로운 세일즈 방법이 있으면 마음껏 시도해 보되, 주요 마일스톤만 공유해달라’는 방식으로 주도성을 부여해 팀을 운영하려고 한다.
셋째, 실패 친화적 문화
실패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의 평가로 하반기 성과를 판단할 것을 대표님께 제안하고, ‘이번 분기에 몇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나’보다는 "어떤 창의적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나"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평가 기준으로 내년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하려고 한다.
글쓴이 카리나는..
11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